"인플레 파이터 계속" 유럽이 빼든 '빅스텝' 칼... 미 연준의 '예고편' 되나

입력
2023.03.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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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에도 ECB '3연속 빅스텝'
미국·영국도 내주 금리 결정 앞둬 
"연준도 이중 정책 택할 것" 예상
미 베이비 스텝 확률 85%로 급등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3연속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을 점치는 전망이 재차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잇따라 덮친 금융 불안에도 여전히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한 ECB의 판단이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행보를 암시하는 '예고편'일 수 있다는 얘기다.

ECB '깜짝' 빅스텝... 연준도 '긴축 채비'?

ECB는 16일(현지시간) 유로존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3.5%로 0.5%포인트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 이후 세 차례 연속 빅스텝을 밟은 것이다. 전날 스위스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위기설이 금융시장 불안을 고조시켰던 만큼, 당초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결정이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와 CS 주가 폭락 사태 이후 높아진 긴장감을 고려해 기껏해야 0.25%포인트 인상을 점쳤던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금리 결정을 앞둔 미국(21, 22일)과 영국(23일)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엔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아예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마저 나오던 중이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ECB가 '금융 안정'과 '물가 안정'을 위해 각각 다른 칼을 쓰겠다고 밝힌 탓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전날 빅스텝 결정을 두고 "물가와 금융안정은 상충하는 관계가 아니며, 유로존 금융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CS에 대한 스위스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등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 0.25%p 인상 확률 '85%'로 치솟아

이에 연준도 같은 전략으로 이번 위기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레고리 다코 EY-파르테논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을 구분하는 ECB와 비슷한 '이중 트랙(dual track)' 정책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동결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경우, 여전히 '끈적한(sticky)' 고물가의 심각성에 대한 그릇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금리 인상을 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공포를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ECB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하드 카말 클라인워트 햄브로스 최고투자책임자는 "ECB로서도 시장에 '뭔가 잘못됐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다만 빅스텝이 아니라,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17일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85%에 달한다. SVB 파산과 CS 사태 직후 45%까지 치솟았던 '금리 동결' 전망은 15%로 급하락했다. 미국 투자사 드레퓌스 앤 멜론의 빈센트 라인하트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결정은 연준이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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