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17일 "빚을 내서라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2050년 매출 40조원, 톱 7 우주항공기업'이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매각설에 대해선 "반대하는 입장"임을 재차 밝히면서 "정부도 KAI가 잘하고 있으니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AI의 현안과 중장기 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KAI가 2016, 2017년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신사업 투자를 진행하지 못했고, 매번 사장이 바뀌어 장기 관점의 투자도 어려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항공우주는 최소 30년은 지나야 수익이 나는 분야"라며 "R&D 집중 투자로 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써 '퀀텀 점프'(대약진)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KAI는 향후 5년간 제품 개발에 7,100억 원,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 4,600억 원, 미래 신기술 확보에 3,300억 원 등 총 1조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 이후 5년 동안에는 3조 원 규모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투자는 △차세대 무기체계(6세대 전투기) △수송기(친환경 항공기) △차세대 고기동 헬기 △민군겸용 미래형 비행기체(AAV) △독자 위성 플랫폼 및 위성 서비스 △우주탐사 및 모빌리티 활용 솔루션 등 6개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투자 자금은 군수·민수 수출을 확대해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FA-50의 폴란드 수출로 가능성을 확인한 KAI는 유럽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전통 수출지역인 동남아와 남미 시장 공략에도 힘쓸 예정이다. 강 사장은 "올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보이고, 이집트 협상에도 집중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미국 시장에서 총력전을 전개해 향후 먹거리를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KAI는 이밖에 2개 국가와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AI는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35.7% 늘어난 3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에는 매출 4조1,000억 원, 수주 10조4,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날 강 사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KAI 최대 주주 수출입은행의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 "KAI 임직원의 90% 이상이 매각에 반대하는데, 저에겐 임직원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여러 접촉을 통해 확인해보니 정부는 'KAI가 사고를 치거나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잘하고 있으니 두고 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신냉전 시대가 오고 있고, 항공과 우주 없이는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며 "항공 우주 전력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KAI를 민간에 넘기는 것보다, 정부 지분을 두는 것이 세계적 추세와도 맞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