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는 사실'이라는 내용의 회고록을 발간하면서 야권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야권 인사들은 앞다투어 회고록에 대해 "고인과 유족을 향한 2차 가해 공작"이라며 비판하는 한편, 노 전 대통령 서거 14년 만에 회고록을 발간한 이 전 부장을 향해 정치적 의도를 질타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이 전 부장의 회고록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노 전 대통령과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공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단은 이 전 부장을 향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치검사"라며 "당시 수사 책임자로서 공적 책임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까지 저버렸다"고 맹비난했다.
재단 측은 회고록에 언급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시계 선물 및 140만 달러 뇌물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의 특수활동비 횡령에 대해선 "노 전 대통령은 위 사실들을 재임 중에 전혀 몰랐으며 일체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당시 '시계는 빼자'고 말했다는 등 그 외 주장에 대해선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한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이 전 부장이 회고록을 내더니 고인의 명예를 또 한 번 짓밟았다"며 "어디 감히 함부로 고인을 입에 올리나"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제아무리 '유검무죄 무검유죄', '만사검통'의 시대가 됐다지만 궤변이 진실로 둔갑할 수는 없다"며 "인륜과 도리를 저버린 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역사의 심판을 맞이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이 전 부장의 무도한 거짓 주장과 파렴치한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고 격분했다. 전 의원은 "회고록은 사실 적시라기보다는 자신의 관점과 시각에서 두 대통령을 왜곡되게 묘사하고 폄훼한 것"이라며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홍보수석을 지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도 회고록에 대해 "고인과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 전 부장을 향해 "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의 자금 수수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밝히라"며 "그렇지 못하면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검사 시절 즐겨하던 대로 언론플레이라도 하려는 것인가"라며 "확인할 수 없는 일방적 주장으로 항변할 수 없는 고인을 욕보이는 것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부장의 회고록과 관련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이 전 부장은 회고록에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지요 친구인 노무현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했다"고 문 전 대통령을 저격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치검사의 일방적 주장으로 대꾸할 가치가 없다"며 "검찰정권이라는 뒷배가 생겼으니까 대통령을 억울하게 죽였던 자가 뒷배를 믿고 날뛰는 것"이라고 냉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