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핵심 광물에 대한 의존도를 지금의 90% 수준에서 65% 아래로 낮추기 위한 핵심원자재법 초안을 1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한 탄소중립산업법 초안도 함께 내놨다. 중국에 쏠려 있는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그동안 미 IRA를 "차별적 보호무역주의"라고 비판해 왔던 EU도 결국 '유럽판 IRA'를 통해 방어에 나선 것이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핵심원자재법은 2030년까지 전략적 원자재를 수입할 때 특정 제3국산 비율을 EU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제한한다. 배터리용 니켈·리튬을 비롯해 영구자석용 희토류 등 총 16가지가 전략적 원자재로 분류됐다. 전기차와 반도체, 히트펌프, 태양광 패널 등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들로, 현재 EU 회원국들 소비량의 90% 이상이 중국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한편,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신흥·개발도상국 등 제3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광물 채굴 등 원자재 공급망을 새로 뚫겠다는 계획이다. 원자재 소비·생산국을 망라하고 EU와 '유사한 입장을 갖는' 나라들만 참여하는 '핵심 원자재 클럽'을 만들어 공급망 안정을 꾀할 방침이다.
EU산 원자재 확대에도 나선다. 전략적 원자재의 경우, 2030년까지 EU 전체 연간 소비량의 최소 10%를 역내에서 채굴하고, 최소 40%를 역내 가공하겠다는 게 목표다. 재활용 비율 역시 15% 이상으로 잡았다. 특히 집행위는 전기차 모터의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영구자석에 대해선 별도 조항을 통해 재활용률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탄소중립산업법에는 IRA에 맞서 역내 친환경 산업 투자 유치 대책이 담겼다. 태양광·배터리 등 8개를 '전략적 탄소중립 기술'로 규정하고, 2030년까지 관련 제조 역량을 최소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기술과 관련한 역내 신규 사업에 대해선 허가 기간이 최장 18개월을 넘지 않도록 하고, 보조금 지급 절차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이날 공개된 2건의 법안 초안은 집행위와 유럽의회, EU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 간 3자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다만 법안 초안에는 구체적인 시행 시기 등이 포함되지 않아 향후 세부 이행 방안 추가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