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용 소프트웨어(SW) 시장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탑재한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들 SW에 들어가는 AI는 챗GPT에 쓰인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한국말로 '부조종사'라는 뜻의 '코파일럿'(Copilot)이란 이름이 붙었다. '주조종사' 격인 이용자를 도와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MS는 이날 '업무의 미래'(The Future of Work)라는 주제로 온라인 이벤트를 열고 워드, 엑셀 등 자사 사무용 SW 일체에 코파일럿 도입을 발표했다. 경쟁사 구글이 구글 독스(온라인 문서작성 서비스), 지메일(이메일 서비스) 등에 생성 AI 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인간이 컴퓨팅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오늘은 다음으로 가는 중요한 단계"며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생산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코파일럿은 각 소프트웨어에서 이용자의 명령을 받아 작업을 수행한다. MS가 이날 공개한 시연 영상을 보면, 이용자가 "이 문서를 10장짜리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PPT)로 만들어줘"라고 입력하자 코파일럿은 불과 몇 초 만에 PPT 파일을 생성해냈다. 재미있게, 프로페셔널하게, 컬러풀하게 등 '스타일'까지 선택 가능하다.
또 분기 실적이 담긴 엑셀 파일을 열고 "이번 분기 비즈니스 결과를 분석하고 세 가지 주요 트렌드를 요약해줘"라고 입력하자 곧장 분석 및 요약 결과를 정리해 내놨다. 이메일 서비스 아웃룩에선 "딸이 학교를 졸업했고 내가 그것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식당 예약 내역을 바탕으로 졸업 축하 파티를 열 계획이란 내용의 이메일을 작성해줘"란 지시를 받고 뚝딱 이메일을 써냈다.
MS는 다만 코파일럿이 '보조'하는 도구란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제라드 스패타로 MS 부사장은 "때때로 코파일럿은 (명령을) 맞출 것이고, 다른 때에는 '유용하게' 틀릴 것"이라며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용자에게) 유리한 출발점을 제공한다"고 했다. 코파일럿이 때로는 사실이 아니거나 부정확한 내용을 담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이용자는 코파일럿이 만들어놓은 초안을 보고 실수만 바로잡으면 되기 때문에 여전히 유용한 도구란 것이다.
신규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이처럼 실수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이례적이다. 지난 2월 검색엔진 '빙'(Bing)과 생성 AI 결합 발표 당시 시연 영상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MS는 세계 사무용 SW 시장을 구글과 양분하고 있다. 특히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서비스는 국내에선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다. 이 때문에 코파일럿이 도입되면 단기간 엄청난 이용자를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이날 발표 이벤트 후 뉴욕 증시에서 MS 주가는 4% 이상 올랐다.
MS는 현재 이름을 밝히지 않은 약 20개 회사와 코파일럿을 테스트 중이라고 한다. 정식 출시일이 언제가 될지, 가격은 얼마가 될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