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전망의 불확실성에 은행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이달 들어 주식시장이 연일 널뛰기하고 있지만 '빚투(빚내서 투자)'는 되레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 잔액은 총 18조947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초(16조5,311억 원) 대비 2조 원가량 증가했다. 미국의 탄탄한 물가·고용 지표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빅스텝) 가능성이 급부상했던 이달만 해도 신용거래 잔액은 3,000억 원 이상 불어났다.
신용거래는 증권사로부터 장기간 주식을 빌려 투자하는 것이다. 증권사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빌린 금액의 140%를 고객의 주식 계좌에 담보로 예치하게 한다. 증시 하락으로 부족분이 발생했고 정해진 기한 내 담보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담보 부족 발생으로부터 2거래일 뒤 빌려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한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빚투가 되살아나면서 반대매매에 관한 우려도 커졌다. 실제 양대 증시가 일간 기준 최대 낙폭(코스피 -2.55%·코스닥 -3.9%)을 기록했던 14일, 반대매매 위기에 놓인 담보부족 계좌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주요 증권사의 담보부족 계좌를 파악한 결과, 2일 1,610개에서 14일 7,389개로 4.6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대비 증가폭도 악 3배에 달했다. 이틀 후인 이날 반대매매 계좌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배경이다. 외상 기간이 이틀로 짧은 미수거래는 반대매매 액수가 공개되는데, 지난달 말 100억 원대 규모에서 13일 301억 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대량의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것은 전날 종가보다 20~30% 정도 싸게 매도하기 때문에 추가 증시 하락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다행히 15일 코스피가 1.3%, 코스닥이 3% 반등해 하락분을 일정 정도 만회하면서 이날 우려할 만한 수준의 반대매매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증권사들 설명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선 투자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23일 미국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세계 9대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 개의 이슈가 연이어 터지는 바람에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 전망 변화도 수시로 관측된다"며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사태가 완전히 종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시는 당분간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각국 중앙은행의 사태 대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는 구간"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