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싼 스타트업' 몸값도 절반 '뚝'... "실리콘밸리, 과거는 잊어라"

입력
2023.03.16 18:19
2년 새 기업가치 950억→500억 달러로
"스타트업 연쇄 몸값 하락 불가피" 전망


미국의 대표 핀테크(금융과 기술을 합친 말) 기업이자 '가장 비싼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 스트라이프(Stripe)가 65억 달러(약 8조5,300억 원)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스트라이프는 이번 투자를 유치하며 500억 달러(약 65조6,45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여전히 비싼 몸값이지만, 2년 전 투자 유치 때 무려 950억 달러(약 124조7,200억 원)로 평가됐던 것을 감안하면 그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절반에 가깝게 쪼그라든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금리 인상 등이 한꺼번에 휘몰아친 지난해 미국 스타트업 투자액은 2,380억 달러(약 312조4,700억 원)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2021년 엄청난 기업가치로 업계를 놀라게 했던 스트라이프 역시 전체 업계 부진을 피해가지 못했다. 스트라이프는 작년 내부 기업가치 평가액을 740억 달러로 낮췄고, 전체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1,100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거품 꺼진 것... 새 현실 받아들여야" 경고도

실리콘밸리에선 낮아진 스트라이프의 몸값은 스타트업들의 어려운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처투자 전문가인 안젤라 리 컬럼비아대 교수는 "스트라이프는 (상징성이) 큰 기업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의 미래 가치까지 움직일 것"이라며 "스트라이프의 가치가 반감됐다는 것은 다른 어떤이라도 반감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연쇄적인 스타트업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까지 터지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돼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흔들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스타트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팬데믹 기간이 '환상'이었이었음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지난 몇 년 간 유동성이 지나치게 풍부했던 탓에 스타트업들이 자본을 너무 쉽게 조달할 수 있었고 그 결과 기업가치에도 거품이 끼었을 뿐이란 지적이다.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투자사 벤치마크의 빌 걸리는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거품은 꺼졌고 그와 비슷한 스타트업 호황기는 앞으로 15년 내엔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테크업체들이 '새로운 현실'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지금이 어떤 스타트업엔 '날이 밝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간'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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