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면 수성 편입"...부동산 25억 매물이 35억으로 둔갑

입력
2023.03.15 17:00
가창면 가보니...수성구 편입 찬반의견 엇갈려
"가창면은 수성구와 같은 생활권, 달성군은 딴 동네"
"농사혜택 사라질라...원주민은 반대"
대구시장 달성군수 수성구청장 "주민 뜻에 따를 것"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추진 방침이 알려지면서 조용하던 가창지역이 편입 찬반 논란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과 최재훈 달성군수,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모두 "주민 의사에 맡기겠다"는 입장이어서 결정권을 쥔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편입의 장단점 비교에 나서고 있다.

달성지역 6개읍과 3개면 중 가장 넓은 가창면 상인들은 대부분 "불합리한 행정구역은 개선돼야 한다"며 수성구 편입에 찬성하고 있었다. 14일 오전 11시쯤 가창면 우록리에서 만난 식당업주 윤명기(57) 씨는 "영업 허가 등 관련 업무가 달성군 소관이고 관할세무서도 서대구세무서라 너무 멀다"며 "가창면의 실제 생활권인 수성구가 행정구역으로도 적합하다"고 환영했다.

'대구의 8학군'으로 불리는 수성구 브랜드에 기대감을 보인 상인도 있었다. 우록리에서 100석 규모 카페를 운영 중인 50대 이모 씨는 "수성구로 바뀌면 아무래도 젊은 층이 더 많이 찾을 것 같다"고 반겼고, 삼산리에서 기업을 경영 중인 구모(76) 씨도 "도시철도 수성남부선 추진을 위해서라도 수성구로 편입되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창면은 선거구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었다. 유권자 수가 7,000명 정도인 가창면이 4만여 명인 화원읍과 한 선거구로 묶이면서 지난 지방선거때 이 선거구에서 배출된 달성군의원 2명, 대구시의원 1명 모두 화원 출신인 것이다.

가창에서 나고 자란 원주민들은 반대 목소리가 컸다. 오록리에서 감자 파종을 앞두고 밭을 갈고 있던 한 70대 농민은 "수성구에 편입되면 농기계임대, 종자보급 등 사업 주체가 바뀔 수 있어 혼란스러울 것 같다"며 "땅값이 오르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농민과 농업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상원리의 한 가게에서는 80대 어르신들이 "괜히 행정구역 바꾸면 주소 쓰기만 어려워지고 '리' 단위인 마을이름도 다 없어진다"며 "집값 땅값이 올라도 있는 사람만 돈을 버는 꼴"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원리 주민인 전송곤(70) 씨는 "가창면에서 80% 정도 땅을 갖고 있는 외지인들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개발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농사짓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편입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광철 가창면체육회장도 "수성구로 편입되면 농촌 혜택만 없어지고 땅을 사놓은 외지인만 좋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도 영향권에 들었다. 한 주민은 "지인이 가창면 저택을 25억 원에 내놨다가 수성구 편입 얘기가 나오자 35억 원으로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가창면과 붙어있는 수성구 파동에는 올 하반기 입주예정인 1,299세대 등 공동주택 3,000여 세대가 건설 중이다.

경북 청도와 경계지역인 팔조령에는 '수성못 20분거리' 등이 쓰인 분양현수막도 붙어 있었다. 가창농협도 가창면이 수성구로 편입되면 사업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면적 111.33㎢, 인구 7,600여 명인 가창면은 달성군청과 산으로 가로막혀 있어 생활권이 별개다. 가창면사무소부터 달성군청까지는 남구와 달서구 등을 거쳐 버스를 세 번 타야 1시간30분 만에야 도착할 정도다.

이에따라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가창면을 수성구로 편입하겠다는 공약이 나왔고 지난해 치러진 6·1전국동지방선거에서는 가창면을 남구로 편입하겠다는 공약도 나오는 등 가창면 행정구역개편이 선거 단골메뉴지만 주장에 그치고 있다.

수면 밑에 가라앉아있던 이 이슈는 지난 9일 홍 시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가창면을 수성구로 편입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공론화하고 있다. 가창면의 한 이장은 "주민들마다 찬반 입장이 팽팽하다"며 "공청회 등을 통해 논의가 시작되면 주민들 입장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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