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머스탱 마하-E, BMW 최초의 순수전기 플래그십 세단 뉴i7, 미국 전기차 기업 루시드 모터스의 프리미엄 세단 루시드 에어, 볼보 대형 전기트럭 FM 일렉트릭.
뉴i7을 빼면 모두 한국에선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차량들이다. 하지만 15일 찾은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선 이 차량들을 볼 수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자신들의 배터리를 넣은 전기차들을 전시장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날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이 행사엔 470개가 넘는 업체가 참가했는데, 이 중 가장 넓은 공간에 마련된 국내 '이차전지 빅 3'의 부스는 첨단 기술과 제품을 보기 위해 모인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LG엔솔 부스 중앙에선 머스탱 마하-E와 루시드 모터스의 루시드 에어가 관람객을 맞이했다. 머스탱 마하-E는 포드의 전기차 전환을 이끄는 대표 제품으로 지난해 폴란드 공장에선 포드에 공급할 배터리 생산라인 규모를 두 배 넘게 증설하기로 했을 정도로 이 회사 매출을 끌고 가다시피 한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루시드 에어는 높은 출력을 자랑해 미국 시장에서 '슈퍼 루키'로 불리는데, 이 회사의 원통형 배터리를 쓴다.
역시 국내서 첫선을 보인 대형 전기 트럭 FM 일렉트릭에는 지름 1.8㎝에 높이 6.5㎝인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2만8,080개가 들어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힘이 필요한 트럭이나 굴착기, 잔디깎이, 분쇄기 같은 공구에는 원통형 배터리가 쓰인다"며 "이 큰 트럭을 움직이는 힘은 손가락만 한 배터리 약 3만 개에서 나온다"고 뽐냈다.
파우치형 배터리에 주력해 온 SK온은 각이 진 모양의 배터리 시제품을 내세우며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넓혀 공급처를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SK온이 만드는 각형 배터리는 빠른 충전 속도가 특징"이라며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 정보통신(IT) 전시회 CES 2023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급속충전 배터리는 18분 동안 80%까지 충전이 가능한데, 각형 배터리는 속도를 그보다 더 높였다"고 설명했다. 각형 배터리 시제품 개발을 마친 SK온은 올해 안에 시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대신 바꿔 끼우는 전기이륜차(e스쿠터) 배터리 공유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10월 LG엔솔 사내기업으로 출범한 쿠루(KooRoo)는 이날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을 선보였다. BSS는 충전이 필요한 e스쿠터용 배터리팩을 스쿠터에서 꺼내 자판기에 넣고 이미 충전된 배터리팩을 바꿔 끼울 수 있도록 해 충전을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편의점 GS25와 손잡고 전국 편의점에 BSS를 설치해 e스쿠터 이용자들이 배터리를 손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삼성SDI 부스에도 자판기 모양의 배터리 교체기 디스테이션이 전시됐다. 이 회사는 디엔에이모터스가 개발한 e스쿠터에 쓸 배터리를 공급하고, 디스테이션에선 충전해야 할 배터리와 충전이 완료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국내 3개 회사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경쟁력이다.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써서 배터리의 가장 큰 취약점인 폭발 위험을 낮춘다는 건데, 전기가 잘 안 통하는 고체에 전도성(傳導性·전기가 이동하는 성질)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이들 회사는 각각 2026~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장에 마련된 전고체 배터리 모형을 소개하며 "전고체 레시피 개발은 이미 끝났다"며 "상반기 내에 전고체 시제품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엔솔은 고분자계 전고체는 2026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온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황화물계 전고체와 고분자·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