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파워'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가운데 가장 긍정적이며 잠재성이 큰 것 중 하나는 '커피'가 아닐까. 상업적으로 중요하게 분류되는 커피 품종이 있는데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리카가 그것이다. 아라비카 커피(Coffee arabica)의 고향은 에티오피아, 로부스타 커피(Coffee robusta)의 고향은 우간다, 리베리카 커피(Coffee liberica)의 고향은 라이베리아로 알려져 있고, 세 나라 모두 아프리카 대륙에 있다. 아라비카 커피는 세계 커피 산출량의 약 70% 정도를 차지하며, 카페인 함량이 적지만 재배조건이 까다롭다. 로부스타는 세계 커피 산출량의 30% 정도를 차지하며, 재배가 쉽지만 카페인 함량이 높고, 인스턴트 커피의 주원료로 많이 사용된다. 리베리카 커피는 재배가 어려워 생산량이 많지 않고, 쓴맛이 매우 강하다.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를 커피 존(coffee zone) 혹은 커피 벨트(coffee belt)라고 부르는데 커피 재배에 적당한 기후와 토양을 가지고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 아프리카에서 커피 벨트를 지나는 나라들은 약 20개국 정도인데 특히 동아프리카 커피 생산국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그 맛과 함께 강세를 보인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커피 박람회인 AFCA(아프카·African Fine Coffees Conference & Exhibition)가 지난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개최되었다. 팬데믹 기간 열리지 않았다가 올해 조심스럽게 열린 것이다. 2000년 7월 설립된 AFCA의 회원국은 르완다를 포함해 부룬디, 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케냐, 말라위,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우간다, 잠비아 등 총 11개 국가다. 전부 커피 벨트 위에 있다.
올해 AFCA가 열린 르완다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으로 우간다,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 및 탄자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16개의 내륙국이 있는데 그중 하나이며, 아프리카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당 321명)이다. 내전 기간이던 1994년 일어난 학살 사건을 다룬 영화인 '호텔 르완다'로 르완다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키갈리에 있는 고급 호텔 밀 콜린스에서 100일 동안 1,268명의 난민들을 보호한 지배인 폴 루세사바기나(Paul Rusesabagina)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 소재로 사용된 르완다 학살로 인해 절망에 빠진 르완다를 재건하기 위해 해외지원이 이어졌고, 이후 국가 차원에서 집중하게 된 게 바로 커피산업이다. 독일 선교사를 통해 르완다에 처음 커피가 소개되었는데, 주로 소규모 농가에서 생산을 하고 있다. 아라비카 커피 품종 중에 대표적인 두 가지 커피로 버본(Bourbon)과 티피카(Typica)가 유명한데, 르완다에서는 주로 버본을 생산하고 있다. 르완다 커피는 주변 커피 생산 국가의 장점을 많이 가진 커피로 알려져 있는데 산미와 밸런스가 좋다.
르완다에서 개최된 AFCA의 부대행사 중 가장 알려진 프로그램은 'Africa Taste of Harvest'(AToH)로 회원국 커피 생산자들이 참여해 커피 맛을 경쟁한다. 커피 분야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컵 오브 엑셀런스(CoE, Cup of Excellence) 행사의 아프리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커피를 직접 생산하는 농부뿐만 아니라 협동조합, 가공소(워싱스테이션)의 오너, 수출업체 등에 다양하게 오픈되어 있다. 컵 오브 엑셀런스는 커피 엑셀런스 연합(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이 주최하는데, 커피를 직접 생산하는 농부만 참여할 수 있고 우승한 커피는 인터넷 경매를 통해 판매된다. 2022년 제3회 CoE 에티오피아 행사에서 1위를 차지한 생산자의 생두(볶지 않은 커피)는 해외 옥션을 통해 ㎏당 881.4달러(약 1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아프리카 커피는 이제 맛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슈로 커피 업계에서 그 힘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