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주 69시간 근무제' 개편안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MZ세대(1980년 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의견을 청취하라"고 강조한 데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의 필요에 따라 ‘MZ세대’ 의견을 정책 도입 또는 수정의 근거로 활용하는 데다, 특정 연령대의 노동자 의견만을 중시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시각에서다.
윤 대통령은 14일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게 한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 “입법 예고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여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지난 6일 개편안을 발표한 지 8일 만에 거센 반대 여론에 떠밀려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MZ세대를 줄곧 반대 여론 방패막이로 활용해 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청년들이)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겠다“(3월 2일 '2023 대한민국 채용박람회 개막식)며 MZ세대를 노동시간 개편안 필요성의 근거로 들었다. 또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30 청년층의 경우에도 다들 좋아한다”(3월 8일 MBC라디오)라고 말했다.
지난 6일 개편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연장 근로 악용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요새 MZ세대들은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 (MZ세대의) 적극적인 권리의식이 법을 실효성 있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MZ세대의 반응은 싸늘했다. M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왔던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3월 9일 논평)며 근로시간 개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은 “(장관께서) 권리 찾기 말씀하셨는데, 집단적 노사 관계에서는 사실 MZ세대든 어떤 세대든 노동자의 한 명”이라며 “아무리 권리의식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노사 관계에서 노동자 개인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3월 13일 YTN 뉴스라이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18~29세의 57%, 30~39세의 60%가 정부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민주노총은 "정부가 말하는 청년들은 대체 어떤 청년들인가. 더 이상 MZ세대 운운하며 청년을 위한 정책인 것처럼 호도하지 마라. 청년팔이를 중단하라”(3월 9일 기자회견)고 촉구했다.
MZ세대뿐 아니라 전 연령 노동자들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특히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 사이에서는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직전 고강도 근무체제)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됐다.
국민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4주 만에 30%대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자 이날 ‘재검토’를 결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재검토 방법으로 “MZ세대 의견 청취”를 강조하자, 온라인상에선 “MZ세대가 좋아한다더니 이제 와서 의견을 듣나” “대한민국에 MZ세대만 노동자냐” "일은 MZ세대만 하나”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