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름과 사진을 내걸고 그를 흉내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2년 넘게 활동 중이다. 이미 팔로어도 35만이 넘었다. 그런데 이 계정은 실제 이 회장이나 삼성이 운영하는 계정이 아니다. 과거 이 회장을 사칭했다는 이유로 계정이 폐쇄된 적도 있는 운영자가 개설한 '팬페이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에서 이 회장의 활동을 흉내내는 계정이 운영되고 있다. 프로필엔 이 회장의 사진과 이름을 넣고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경영원칙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서 삼성전자가 지켜나갈 약속"이라는 소개글을 올려놨다. 게시물로도 이 회장의 행적이나 보도자료, 삼성전자의 상품 등을 소개하고,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과는 이 회장을 자칭하며 소통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계정은 사실 이 회장이나 삼성과 무관한 제3의 인물이 운영하는 계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은 SNS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비록 이 계정이 이 회장을 흉내내고 있기는 하지만, 계정의 운영자 본인도 '팬페이지'임을 알리고 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정책상 별도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이 계정의 운영자는 이미 2020년에 비슷한 계정을 개설했다가 삼성전자의 요청으로 계정이 폐쇄 처리된 적이 있다. 그는 폐쇄 후 새로 계정을 만들면서 첫 게시물을 통해 "이 부회장의 개인 SNS가 존재하지 않아 가상의 팬페이지를 만든 것"이라면서 "팬페이지 팬들은 그것이 가짜인 것을 알지만 SNS에서 진심을 담은 댓글과 응원을 남긴다. 그것이 팬페이지의 기능과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페이스북 등에서는 종종 유명인을 흉내내는 팬 계정을 볼 수 있다. 팔로어는 가짜인 것을 알지만 유명인과 대화하는 기분을 즐기고, 운영자가 그런 팔로어를 위해 '역할 놀이'를 하는 형태다. 다만 이 계정의 경우 운영자가 실제 이 회장인 것으로 착각하는 반응도 없진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까지 악의적 활동은 하지 않아 큰 리스크는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해당 계정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