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근로'를 가능케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고용노동부가 국민과 소통하고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 지시를 내리자 부랴부랴 여론 수렴에 나선 것이다. 개편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반대 여론을 해소하고 필요하다면 보완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인데, 정책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고용부는 14일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 속에서 제도 개편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입법예고 기간인 만큼 청년 등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적극적으로 찾아가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또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토대로 다양한 보완 방법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고용부는 주 최대 12시간인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지난 6일 확정하고 다음 달 17일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간 상태다.
예정에 없던 재검토의 이유는 MZ세대의 반발로 요약된다. 정부·여당은 노동계의 수많은 우려에도 MZ세대가 유연한 근무를 원한다며 정책을 추진했는데, 최근 MZ세대가 주축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까지 공식적으로 반대하자 근거 자체가 모호해졌다. '주 69시간 기절근무표'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며 반대 여론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편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노사정 대화가 아닌 전문가 권고안을 중심으로 확정했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MZ세대조차 반응이 시원찮았고, 결국 정책의 정당성까지 놓치게 됐다"며 "빨리 먹으려다가 결과적으로 급체한 꼴"이라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노동계·시민사회에서 이전부터 문제 제기했던 내용인데, (MZ세대의 반대 이후 보완 지시를 내린 것을 보면) 현 정부가 상당히 MZ세대를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용부는 우선 여론 수렴에 집중하면서 국민 설득에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개편안이 주 69시간 근무라는 극단적 상황을 일반화하는 것처럼 알려져 취지가 퇴색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이날 입장문에서도 "개편 방안의 내용과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 충분히 정확하게 설명드리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는데, 당장 다음 주쯤 이정식 고용부 장관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간담회를 검토하고 있다.
설득에도 불구하고 부정 여론이 강하면 개편안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가 국정과제라 방향을 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시차출퇴근제, 선택근로제,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무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들고 나올 수 있다. 이번 개편안에도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연장(전 업종 1개월→3개월·연구개발 3개월→6개월), 탄력근로제의 사전 확정사항(근로일, 근로시간) 변경 절차 신설 등은 포함돼 있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해 선택근로제의 전 업종 정산 기간을 더 늘리거나 장기 적용 업종을 연구개발 이외 직종까지 넓히고,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 확대 등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특별연장근로 신청 간소화 추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