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사실상 파산하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SVB 모기업인 SVB금융그룹 주식 10만여 주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박명호 명지대 교수는 지난 13일 KBS2TV '더 라이브'에서 "엄밀히 말하면 국민연금이 투자한 300억 원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유럽의 국부펀드들도 많이 투자해 똑같이 투자금을 손실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보장해 주겠다는 건 고객이 예치한 예금"이라며 "국민연금은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한 것이니까 보장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12일(현지시간) 미국 규제 당국이 연쇄 뱅크런에 대비해 은행권에 긴급 유동성을 제공하고 SVB 예금 전액을 보증하는 긴급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상장폐지되면 휴지조각 되는 거냐'는 진행자 질문에 박 교수는 "갑자기 미국 정부가 보전해 주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이날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예금이 아니고 주식을 산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투자한) 300억 원은 날아갔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연금 전체 투자 규모에 따르면 300억 원이 아주 큰돈은 아니다"라며 "연금가입자 개개인에 봤을 때는 큰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를 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SVB 금융그룹 지분을 10만795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319만6,000여 달러로 우리 돈 306억 원 정도였다. 그러나 주가가 지난 9일 기준 106.04달러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폭락한 데 이어 현재 거래 정지 상태라,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