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계속 안 좋은 상상하게 해”...부장검사 출신 조응천 의원 '쓴소리'

입력
2023.03.14 11:40
검찰 수사 문제지만 "도의적 책임"도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의 자살과 관련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장검사 출신 국회의원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검찰 수사가 주는 압박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조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하다 2015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기소됐었다.

조 의원은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옛날에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조사받으러 갔을 때 ‘내가 검찰까지 와서 조사를 받나’ 그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며 “꿈에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일인데, 더군다나 이건 정권 차원에서 막 밀어붙이는 그런 사건(이었고), 저도 그때 박근혜 대통령이 국사범이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굉장한 중압감이 오고… 누구랑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도 없고, 심적으로 정말 계속 안 좋은 쪽으로만 자꾸 상상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2년 검사 생활을 시작해 2005년 수원지방검찰청 부장검사까지 지냈던 조 의원도 검찰 조사로 인한 심적 고통이 극심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소된 지 6년이 지난 2021년에야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조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전 비서실장 전모씨의 중압감도 상당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전씨는) 44년간 공무원으로 살아온, 9급 지방공무원에서 3급까지 올라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며 “자기의 노력으로 거기까지 간 건데 평생 검찰 가서 조사받을 일은 스스로 상정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공무원 연금이 반 정도 깎이고, 명예고 생활이고 모든 게 다 뒤틀리게 되니까, 안 좋은 쪽으로만 계속 생각하게 되니까 이렇게 선택하신 것 같은데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조 의원은 검찰의 강압·표적 수사 문제와는 별개로 이 대표의 도의적인 책임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의원은 “(검찰이) 인디언 기우제 식으로 (조사)하는 것, 몇 년 동안 하는 것, 나올 때까지 파는 것, 별건수사(를 하고), 피의사실 공표를 자유자재로 하고 있고, 민주당 전체를 거의 악마화 범죄집단화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민주당) 거의 대부분이 동의를 한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한 분이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접었다는 이 엄중한 현실 앞에서 일단 자신의 부덕함을 먼저 고백하고 사과하는 것, 그게 우리가 익숙히 봐 왔던 거고 그게 도리인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전혀 없이 검찰 탓만 하는 것, 그건 좀 문제 아니냐라는 분위기가 일단 있다”고 일부의 시각도 전했다.

이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언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 법적 책임으로 연결이 된다’ 아마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다”며 “그러지 않고서는 도의적인 책임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거부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당내에서 비명계로 분류된다.

남보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