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미국 정부의 긴급 구제책에 증시 대폭락은 피했지만, 안전 자산 선호 현상에 미 국채 가격은 급등했고, 피난처로 부상한 비트코인 가격 역시 크게 뛰었다.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블랙 먼데이'(월요일 증시 폭락)를 피해 혼조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83포인트(0.15%) 내린 3,855.76에 거래를 마쳤으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9.96포인트(0.45%) 오른 1만1,188.84로 장을 마쳤다.
다만 은행산업에 대한 불안 심리가 가시지 않으면서 은행주들은 이날도 일제히 급락했다. 위기설에 휘말린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61.8% 폭락했고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49.3%), 팩웨스트뱅코프(-45.3%), 자이언뱅코퍼레이션(-25.7%) 등 지역 중소은행들도 폭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급등했던 채권 금리는 크게 떨어졌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SVB 파산사태로 연준이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데다, 안전자산인 미 국채 선호 현상이 강화된 탓이다.
이날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약 0.16%포인트 떨어져 3.5%대에 안착했다. 특히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약 0.6%포인트 급락한 4.01%대로 1987년 블랙 먼데이 다음 날인 10월 20일 이후 최대 하락세를 보였다.
한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던 암호화폐 가격은 급등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완화 가능성에다 암호화폐가 자산을 옮겨둘 피난처로 부상한 탓이다. 비트코인은 하루 전과 비교해 15% 가까이 급등해 2만4,000달러 고지를 탈환했고, 이더리움도 9%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