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기현 대표 등 새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했다. 전대 이후 5일 만에 친윤석열계로 꾸려진 여당 지도부와의 스킨십을 통해 당정일체론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김 대표는 월 2회씩 정기회동을 갖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대표를 포함한 새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전대 직전까지 당을 이끌었던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 전대에서 선출된 지도부와 이철규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이 나왔다.
회동에서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간 '원팀 구성'이 주요 화두였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회동 직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월 2회 정도 대통령과 당대표의 정기 회동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만찬 참석에 앞서 대통령과 당대표 간 정기 회동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윤 대통령이 호응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전대에서 선출된 지도부에 대한 덕담이 주를 이뤘고 당정이 하나 돼 국민을 위해 힘껏 일해 나가자는 뜻을 나눴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16일 방일에 앞서 한일 정상회담과 경제 현안, 민생 등도 화제에 올랐다. 그러나 야당과의 관계나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시기와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만찬은 2시간 30여 분 정도 진행됐다.
김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서도 당정 협력을 당부했다. 김 대표는 이날 한 총리의 예방을 받고 "민생이 많이 팍팍하다"며 "당정이 하나 되어 빨리 민생 경제에 있어 체감할 수 있게 성과를 내도록 긴밀하게 협조하자"고 했다. 김 대표는 정책조정위원회 활성화를 제안했고, 한 총리는 "여야정 협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야당이 이 대표 리스크로 인해 협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표가 참석하는 첫 고위 당·정·대 회의는 오는 19일 열린다.
김 대표는 전대 기간 불거진 내홍 수습에도 나섰다. 이날 오후 여의도 한 카페에서 안철수 의원을 만나 "선거 과정에서 이런저런 논란이 있었지만, 우리는 큰 틀에서 한 식구"라며 "오랫동안 노하우를 많이 축적하고 계신 선거 최고 경험자니까, 선배님이 가르쳐주시면 잘 실천하겠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당이 화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 의원은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나 "내년 총선은 민심 100%로 뽑히기 때문에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공유했다"며 "민심을 제대로 용산(대통령실)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그게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라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다만 김 대표와 안 의원의 입장이 모두 일치된 것은 아니었다. 김 대표는 당내 과학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제안했지만, 안 의원은 "다시 힘을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고사했다. 김 대표는 14일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회동하고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과의 만남도 조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