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부모 묘소 훼손, 외길 CCTV가 사건해결 열쇠"

입력
2023.03.13 17:00
봉화군 명호면 주민 "사람 할 짓 아냐" 황당 반응
목격자 "처음엔 좋은 뜻일 수도 있어서 판단 보류"
전담수사팀 30명, 마을 외길 CCTV 분석·현장감식

"살다가 별일 다 봅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부모가 뭔 죄가 있나요."

13일 오전 11시쯤 경북 봉화군 명호면에 자리 잡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모 묘소에서 200여m 떨어진 마을에서 만난 노부부는 묘소 훼손 사건이 너무 황당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묘소는 명호면에서 청량산으로 가는 국도 35호선에서 오른쪽 오마교로 진입해 1㎞ 정도 외길을 지나 관창2리 마을에서 200여m를 더 올라가야 나온다. 해발 500m 높이의 묘소 근처는 대부분 사과밭이었다.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관창2리 마을은 인적이 드물었지만, 사과 농사를 하는 노부부는 최근 이 대표 부모 묘소를 다녀간 사람들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부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묘소를 다녀간 2명은 관리인으로 보였다. 부부는 "그날 오전 10시 30분쯤 밭일을 하다 묘지에서 두 사람이 얼쩡거리는 것을 봤다"며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부부는 "20여 일 전 이 대표 지지자인 친구 A씨가 스님과 같이 묘소를 찾아온다고 연락이 왔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며 "비슷한 시기에 경주이씨 종친회 어르신들이 차를 타고 와서 묘소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해 안내해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1일 스님과 함께 이 대표 부모 묘소를 들렀다가 이 대표 모친 이름(OOO 권사)이 적힌 낡은 십자가와 돌이 묻혀 있는 묘를 발견했다고 한다. A씨는 "좋은 뜻으로 돌을 묻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나중에 다시 확인하기로 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A씨는 닷새 뒤 민주당 관계자 4명과 함께 현장을 둘러본 후 훼손 사실을 당에 알렸다. A씨는 "가족들이 묘소에 돌을 묻은 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마을로 오는 외길에는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한 대 설치돼 있지만, 정상 작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재기 관창2리 이장은 "마을에서 묘소까지는 외길이라 경찰이 가져간 CCTV 작동 여부가 사건 해결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경북경찰청은 30명을 전담수사팀으로 편성해 현장감식과 CCTV 분석, 주변 탐문 등을 통해 본격 조사에 나섰다. 경찰 확인 결과 봉분 아래쪽 사방에 4개의 구멍이 뚫려 있고, 2개의 구멍에 한자가 적힌 돌이 올려져 있었다. 1번 돌에는 '생'(生), '명'(明), '기'(氣)자가 적혀 있었다. 2번 돌에선 生자와 明자가 확인됐으나 나머지 한 글자는 불분명해 감정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2차 현장수색 및 감식을 실시했다.


봉화=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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