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로 번진 영국 난민정책 논란… EPL '매치 오브 더 데이' 단축 방송

입력
2023.03.13 07:47
BBC, SNS에 비판글 올린 리네커 출연정지

영국 축구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게리 리네커가 자국 난민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BBC방송으로부터 출연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로 인해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최고 인기 중계 프로그램인 '매치 오브 더 데이'도 단축 방송돼 축구 팬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BBC는 11일(현지시간) "리네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이 회사 지침과 위배된다"며 그가 '매치 오브 더 데이' 출연을 못 하도록 했다. BBC는 "SNS 활동과 관련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리네커의 출연 정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BBC의 EPL 축구 콘텐츠 중 가장 인기가 높은 '매치 오브 더 데이'는 리네커가 1999년부터 24년째 진행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같은 BBC의 결정은 다른 축구 전문가들의 항의를 촉발하며 거센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리네커와 함께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해 온 이안 라이트와 앨런 시어러, 알렉스 스콧, 마이카 리처즈도 '매치 오브 더 데이' 방송 출연을 거부하며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스포츠에 정치를 끌어들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결국 '매치 오브 더 데이'는 방송 시작 이후 처음으로 출연진 없이 단축 방송됐다. 축구 팬들도 EPL 경기가 열린 축구장 관중석에서 리네커 지지 팻말을 드는 방식으로 그를 지지했다. 12일 다른 스포츠 프로그램들도 전문가 분석 없이 나가거나 녹화로 진행됐다.

앞서 영국 정부는 소형 보트를 타고 도버해협(영불해협)을 건너 온 불법 이민자들의 영국 정주를 허용치 않고 즉시 추방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리네커는 자신의 SNS에 "정부의 난민 정책은 1930년대 나치 언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글을 올리며 비판 의견을 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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