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광역시 출연기관인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진흥원)이 부설 기구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사업단) 단장으로 강기정 광주시장의 측근 김준하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를 임명했다. 그러자 일각에선 "또 보은 인사냐. 이젠 놀랍지도 않다"는 뒷말이 나왔다. 김 단장은 민선 8기 광주시장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강 시장의 '내 식구 챙기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터라, 이런 비판도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에 묻히는 듯했다.
그러나 김 단장의 연봉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여론이 다시 싸늘해지고 있다. 진흥원 부서장에 불과한 김 단장의 연봉이 임명권자인 진흥원장 연봉보다 무려 2배 이상 많은 1억5,000만 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특히 단장 보수와 관련한 내부 규정 등이 서로 겹치고 내용도 상충하지만 진흥원이 고액 연봉 책정이 가능한 별도 사업단 보수 규정을 선택적으로 적용했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경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은 8일 김 교수에게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장 임용장을 수여했다. 앞서 진흥원은 두 차례 실시한 단장 채용 공모에서 모두 단독 응모한 김 교수를 단장으로 선임했다. 진흥원은 북구 첨단3지구에 들어설 4,396억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1단계 사업이 끝나는 내년 말까지 사업단을 이끌 김 단장을 연봉제 계약직 전문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는 진흥원 인사관리규정에 따른 것인데, 해당 규정은 계약직 전문직원에 대한 정의와 보수에 관한 사항을 계약직 관리 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전문직원은 '정보문화산업 진흥에 대한 정책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해당 사업 위탁 기관과 진흥원장이 승인해 채용된 사람'이다. 또 전문직원 보수는 근로계약에 의하되 정책 사업 예산 범위 내에서 담당 업무 특성과 경력 등을 고려해 별도 산정하도록 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연봉 한계액은 정해져 있지 않고, 각종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진흥원은 김 단장에게 2020년 1월 신설된 하부 기구인 사업단 자체 보수 규정을 적용, 기본 연봉을 1억5,000만 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매달 250만 원의 직책 수당을 포함한 각종 수당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김 단장의 임명권자인 이 원장 연봉 7,000만 원(기준 금액)보다 2배 이상 많다. 공교롭게 이 원장도 민선 8기 광주시장직인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강 시장 선거 캠프 출신 인사다.
이처럼 진흥원장과 부서장 간 연봉 역전이 빚어진 것은 광주시와 진흥원이 사업단을 진흥원 산하 부설 기구로 두면서 사업단에 독립적인 조직 운영권과 예산 편성권, 인사권을 줬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전액 시비로 지원하는 1단계 사업 운영비(177억 원)는 별도 회계로 잡혀 있고, 사업단 직원도 단장이 따로 임용하도록 돼 있다. 진흥원장과 그를 보좌하는 사업단장이 인사권을 나눠 갖는 등 진흥원 조직이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진흥원과 사업단을 지도·감독하는 광주시 담당 부서도 문화산업과와 인공지능정책과로 양분돼 있다. 이에 광주시는 "정관과 관련 규정 등에 따른 것"이라고만 했다.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보수 등에 관한 사항을 진흥원 자치 규정과 하위 규칙에서 정하도록 한 정관의 위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그 내용을 두고도 해석상 논란이 일면서 해당 규정의 구속력이 있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 정관엔 사업단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독립성을 갖는다고 했지만 그 범위가 불분명한 데다, 사업단을 포함한 진흥원의 직제, 정원, 직원 보수 등에 필요한 사항은 진흥원 규정으로 따로 정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정관에서 진흥원 직원인 단장의 보수를 사업단 보수 규정(적용 범위)에 따라 책정하도록 위임한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광주 지역의 한 변호사는 "진흥원 소속 연봉 계약직으로 채용된 사업단장에게 진흥원 계약직 관리 규칙 적용을 배제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진흥원 관계자도 "현재 진흥원과 사업단의 규정 내용이 불명확해 해석상 논란이 제기되는 등 일부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달 말 개최 예정인 이사회에서 각종 자치 규정 정비는 물론 사업단장 연봉 책정 과정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