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전운이 맴돌면서 우리 금융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현재로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앞서지만 당국은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 증시는 13일 SVB 폐쇄 이후 첫 장이 열린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당국이 SVB에 사실상 파산에 준하는 폐쇄 명령을 내리면서 뉴욕 3대 지수는 일제히 1%대 하락 마감했다. 주말이 끼면서 우리 증시엔 아직 반영되지 않았지 뉴욕 증시의 급락은 부담 요소다. 더구나 미국에서 16번째로 규모가 큰 은행의 파산 이슈다.
그러나 당장 우리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대형 은행으로 전이돼 금융업 전반을 흔들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보고서에서 "미국 은행은 예대율이 지난해 기준 69%로 2019년(80%) 대비 낮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규제로 유동성도 풍부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실제 웰스파고(0.56%) JP모건(2.54%) 등 대형 은행들은 SVB 폐쇄에도 상승 마감했다. SVB 폐쇄 직후 침체 우려가 번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60% 확률로 치솟았으나(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금융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으며 금방 32%로 내려앉았다.
다만 당분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돈이 물고 물리는 금융시스템의 특성상 한 곳의 부실이 어디까지 번질지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단 도미노 파산 우려가 불거진 지역 및 소규모 은행들은 주가가 10% 이상 곤두박질쳤고, SVB에 현금이 예치돼 있다고 밝힌 기업들(스트리밍기기 제조업체 로쿠,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등)은 시간 외 거래에서 부진을 보인 상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2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금융 긴축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외 금융시장, 실물 경제 등에 대한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며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엔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황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14일 발표하는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6%)을 웃돌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화한다. 앞서 10일 발표한 고용보고서에서는 시간당 임금상승률(전년 대비 4.6%)이 예상(4.7%)을 밑돌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0.25%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가 반짝 고개를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