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선율 따라 봄바람 살랑… 음악으로 떠나는 여행

입력
2023.03.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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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음악감상실과 통영국제음악당

설렘과 위로는 음악과 여행이 지닌 공통의 힘이다. 봄바람 부는 3월, 생기 넘치는 클래식과 함께한다면 여행이 한층 깊어질 듯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클래식이 있는 여행지 두 곳을 소개한다.

봄 바다 선율, 통영국제음악당과 윤이상기념관

경남 통영의 봄 바다는 음악과 함께 생기가 넘친다. 2014년 미륵도에 개관한 통영국제음악당은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다. 계단을 올라 출입구에 서면 탁 트인 하늘과 바다와 맞닥뜨린다. 잔잔한 바다에 통영의 주요 섬을 오가는 유람선이 음악처럼 흐른다. 풍경이 선율이다.



음악당 외관은 갈매기 두 마리가 하늘을 나는 형상이다. 한 마리는 주공연장인 콘서트홀(1,309석), 다른 한 마리는 다목적홀인 블랙박스(254석)다. 콘서트홀은 연주자들이 인정하는 시설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등이 공연한 바 있고,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김대진, 첼리스트 양성원은 이곳에서 음반을 녹음했다. 다도해가 보이는 대기실은 연주자 사이에 늘 화제라고 한다.

블랙박스는 객석을 서랍처럼 밀어 넣을 수 있는 구조다. 연극, 재즈, 대중음악 공연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콘서트홀 로비는 늘 개방한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볕이 잘 드는 이곳에서 음악 대신 바다를 감상한다. 전망 좋은 브런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21회를 맞은 통영국제음악제가 이달 31일 개막해 4월 9일까지 이어진다.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와 양인모, 피아니스트 김선욱,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 첼리스트 한재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등이 무대에 오른다. 관람권은 통영국제음악재단 홈페이지(timf.org)와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작곡가 윤이상을 빼고 ‘음악의 도시’ 통영을 말할 수 없다. 음악당 뒤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윤이상추모지’가 있다. 사후 23년이 지난 2018년 베를린에서 돌아온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 독일에서 활동하며 명성을 쌓은 윤이상은 1967년 동베를린사건으로 복역하다 1969년 석방돼 독일로 돌아갔고, 끝내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통영 시내 생가 터 부근에 조성한 윤이상기념관은 그의 삶과 음악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공간이다. 사진과 친필 악보, 독일 정부의 훈장, 생전에 연주하던 첼로, 늘 간직한 작은 태극기, 옷과 중절모 등을 전시하고 있다. 베를린하우스는 독일 자택을 본떠 지었다. 고인이 사용하던 물건을 그대로 옮겨 와 응접실과 서재를 재현했다. 1층은 음악도서관으로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오롯이 집중, 파주 2개의 음악감상실

경기 파주의 황인용뮤직스페이스카메라타(이하 카메라타)와 콩치노콩크리트는 음악 감상 전용 공간이다.

카메라타(camerata)는 ‘예술인의 모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2004년 탄현면 헤이리예술마을에 문을 열었다. 중·장년층에게는 ‘황인용’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흥미를 끈다. 콘크리트 건물 구석의 묵직한 철문을 열면 공연장처럼 꾸며진 공간이 등장한다. 의자는 모두 정면을 향해 가지런히 놓였고, 전면의 그랜드피아노 뒤로 고풍스러운 스피커가 늘어섰다. 가운데에 독일 클랑필름 스피커가, 양옆에 미국 웨스턴일렉트릭에서 제작한 극장용 스피커가 포진했다. 천창으로 스미는 따스한 봄 햇살이 실내에 번진다. 감미로운 클래식 선율과 잘 어울린다.


고낙범 화가의 초상화, 김상인 작가의 콜라주 작품을 감상하는 호사는 덤이다. 3층 서재에서는 문학동네와 협업해 선정한 ‘이달의 책’을 읽을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일요일 오후 3시에는 낭독과 음악 감상으로 꾸미는 ‘카메라타의 서재’를 진행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목요일은 휴무다.

콩치노콩크리트는 카메라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4층 건물의 1층 필로티는 야외공연장, 2·3층을 음악감상실로 꾸몄다. 위층 객석은 오페라극장처럼 돌출돼 있고, 측면 좌석은 임진강 일몰을 바라보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명당이다.

주요 스피커는 카메라타와 같은 기종이다. 1920~1930년대 미국과 독일의 대형 극장에 사용하던 스피커가 촘촘히 채워져 있다. 클래식과 재즈를 망라한 1만여 장의 음반도 이곳의 자랑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실린더 축음기, 재즈 공연 포스터, 오르간 등의 전시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음료는 판매하지 않으며 반입도 금지다. 월·화·금요일 오후 2~7시, 토·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수·목요일과 대관 행사가 있을 때는 휴무다.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