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경찰 간부 뇌물 의혹' 수상한 2억 흐름 추가 포착

입력
2023.03.13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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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무관에 억대 뇌물공여 혐의 건설사 회장,
'회장→회장 가족 지인' 2억 송금 뒤 인출
공수처, 비자금 마련 위한 돈세탁 과정 의심
회장 측 "가족 부동산 매매 대금 우회 전달"

경찰 고위 간부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중견건설업체 회장의 2억 원대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공수처는 이 돈이 경찰 간부가 받기로 했던 3억 원의 일부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송창진)는 현직 경무관에게 억대 금품을 공여한 혐의를 받는 중견건설사 D사의 이모 회장의 계좌 거래 내역을 살펴보던 중 이 회장이 지인 A씨에게 2억 원가량을 송금해 전액 현금화한 정황을 파악했다.

공수처는 이 회장이 '삼촌'으로 부르는 A씨를 통해 돈세탁을 했을 수 있다고 보고 돈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이 회장은 개인 계좌를 통해 A씨에게 2억 원을 송금하고, A씨가 이를 전액 5만 원권으로 인출한 뒤 다시 이 회장 측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회장 부친의 지인으로 알려졌으며, 공수처는 이달 초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3차례 소환 조사했다.

공수처는 이 돈이 D사를 겨냥한 경찰 수사를 무마하는 대가로 이 회장 측에서 경무관 B씨에게 건네기로 약속한 3억 원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이 회장에게 약정액 중 1억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수뢰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는 A씨가 현금 인출 과정에 지인 여러 명을 동원한 사실도 파악했다. 공수처는 A씨가 지인들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하거나 허위 진술을 교사하는 등 자금 세탁 과정 전반을 주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 측은 그러나 해당 자금이 부친의 부동산 매매 대금이며, 세금을 피하기 위해 우회 전달했을 뿐 자금 세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현금 2억 원을 랩에 씌워 띠지도 떼지 않은 채 가족 금고에 보관 중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21일 D사와 서울경찰청 소속 B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공수처는 이튿날 이 회장을 소환해 뇌물 제공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측은 그러나 1억여 원을 개인 채무 변제 명목으로 후배 사업가에게 전했을 뿐 뇌물과는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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