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마스크 착용 규제가 해제된다. 13일부터 실내외를 막론하고 일본 전역에서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개인의 판단’에 맡기도록 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제 타인의 마스크 착용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고 각자의 판단을 존중하라고 홍보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일본보다 한 달여 빠른 1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 시설이나 의료기관, 약국, 대중교통 수단 등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되고 있다. 반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의료기관이나 노인시설, 출퇴근길에 혼잡한 열차나 버스에선 “착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홍보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런 곳에서도 최종 판단은 각자에게 맡긴다는 방침이라, 규제가 더 느슨해진 셈이다.
대중 이용이 많은 시설에선 마스크 착용 원칙을 자체적으로 세우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이나 편의점 등 유통업체는 손 소독제나 체온계는 남겨 두되, 마스크 착용 요청은 중단키로 했다. JR동일본 등 철도회사도 전철 안이나 역 구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촉구하는 안내방송을 중단한다. 미술관과 박물관, 영화관, 공연장 등 문화시설도 일부를 제외하면 손 소독과 체온 측정 방침만 유지하고, 마스크 착용은 관람객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다만 고객은 각자 판단하더라도 직원에겐 착용 원칙을 유지하는 곳이 다수다. 12일 아사히신문은 “감염을 우려하는 일부 고객과 직원 자신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미쓰코시 이세탄 백화점 관계자의 설명을 전했다. 하지만 실외 시설이 많은 도쿄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는 직원의 마스크 착용도 각자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고객과의 접점이 적은 일반 기업의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에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직원 다수가 마스크를 벗고 일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5월 8일 코로나19의 감염법상 분류가 에볼라 등이 속한 ‘2류 상당’에서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같은 ‘5류’로 낮아지면, 기온 상승과 더불어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지 오래된 지금도 도쿄 등 대도시에선 거리를 지나는 시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당분간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이 과정에서 마스크 착용자와 미착용자들 간 다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서로의 판단을 존중하자”고 홍보하고 있다. 전국 영화관도 마찰 방지를 위해 “대화할 땐 주변을 배려해 달라”는 짧은 동영상을 제작해 영화 상영 전 내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