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은 몸속 노폐물을 거르고 적혈구 생성이나 비타민D 활성도 담당한다. 하지만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렵고 기능이 점점 떨어진다. 그런데 콩팥에 문제가 발생해 증상이 나타났을 땐 콩팥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아 예방과 조기 발견ㆍ치료가 중요하다.
3개월 이상 콩팥에 손상이 있거나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만성콩팥병’이라고 한다. 전 세계 인구의 11%가 만성콩팥병 환자로 추정된다. 국내 유병률은 8.4%로, 70세 이상에서는 26.5%의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만성콩팥병 진료 환자와 진료비 모두 최근 10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2011년 11만8,000명이었던 진료 인원은 2021년 28만2,000명으로 늘었다. 진료비는 1조1,700억 원에서 2조3,800억 원으로 증가했다. 1인당 진료비가 연간 849만 원 드는 수준이다.
콩팥에 이상이 생기면 △소변량 감소 △잦은 소변 △배뇨통 △잔뇨감 △혈뇨·농뇨·단백뇨 △무력감 △식욕 저하·구토·설사 △전신 부종 △심한 옆구리 통증 △고혈압 등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콩팥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콩팥에는 채반 역할을 하는 사구체(絲球體)와 수분·전해질의 흡수·배설을 조절하는 콩팥 세관(renal tubule)이 있다.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면 ‘사구체신염’이라고 한다. 혈뇨·단백뇨 등 소변검사에서 이상이 나타난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부종·고혈압 등이 생길 수 있다.
세균이나 결핵·곰팡이 등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균이 소변에 검출되는 ‘요로감염’도 콩팥병의 일종이다. 배뇨통·잔뇨감·빈뇨 등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여성은 요도 길이가 남성보다 굵고 짧아 질이나 항문 근처 세균으로 인해 요로감염이 더 잘 생긴다.
콩팥ㆍ요로ㆍ방광에 돌이 생기는 ‘결석’도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한쪽 옆구리가 심하게 아프고 사타구니 쪽 방사(放射) 통증이 나타나며 혈뇨가 생길 수 있다.
돌 크기가 작으면 내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내과 치료로 돌이 제거되지 않으면 반복적인 요로감염, 동통, 콩팥 기능 장애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수술이나 초음파쇄석술로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이경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몸속에 노폐물이 쌓이고 수분과 전해질 균형이 깨지는 등 우리 몸이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며 “이를 예방하려면 콩팥 건강을 유지하는 생활 습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고혈압ㆍ당뇨병은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이므로 고혈압ㆍ당뇨병이 있다면 꾸준히 관리하고 치료해야 한다. 또 나트륨이 체내에 많아지면 수분량이 많아지고 체내 혈압 상승을 일으킨다.
고단백식은 사구체 내 압력을 높여 콩팥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만성콩팥병 환자는 싱겁게 먹고 고단백 식사를 피해야 한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해 혈압 상승을 일으키며, 콩팥으로 가는 혈액량을 줄여 콩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유효 순환 체액량과 콩팥 혈류량을 줄여 콩팥 기능 저하를 유발하므로 수분 섭취를 적절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3월 둘째 주 목요일(9일) ‘세계 콩팥의 날’을 맞아 대한의학회ㆍ대한신장학회 등 8개 전문 학회와 함께 ‘나와 가족을 위한 만성콩팥병 예방과 관리 정보’를 내놓았다.
만성콩팥병을 예방하려면 △고혈압과 당뇨병을 꾸준히 치료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음식은 싱겁게 먹고 △매일 30분 이상 운동과 신체 활동을 하고 △담배를 끊고 술은 하루 한두 잔 이하로 줄이고 △콩팥 상태에 따라 물을 적당히 마시고 △정기적으로 단백뇨와 크레아티닌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만성콩팥병 환자는 △단백질 하루 권장량을 넘겨 섭취하지 않도록 하고 △칼륨이 많이 든 과일ㆍ채소를 지나치게 섭취하지 않아야 하며 △콩팥 상태에 맞게 처방받은 약을 의사나 약사 지시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