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사상 최대 국방비, 첨예해지는 미중 갈등

입력
2023.03.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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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이 국방비 증액 대결로 번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국방부문에 8,420억 달러(약 1,120조 원)를 책정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올해 국방 예산보다 3.2% 많은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의 도전을 우선순위에 뒀다"는 설명대로, 미중 대결 최일선인 인도태평양사령부 예산이 2배 이상 증가했고 북핵 대응과 직결된 확장억제 예산에 50조 원이 배정됐다.

중국은 나흘 앞서 올해 국방 예산을 1조5,537억 위안(약 296조 원)으로 늘려 잡았다. 다른 항목에 분산된 비공개 예산은 제외된 수치이나 이마저 전년 대비 증액률(7.2%)을 3년째 높인 것이다. 특히 올해 성장률 목표치(5.0% 안팎)가 역대 최저인 점을 감안하면 시진핑 정부가 경제 여건이 어려워도 국방비는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가히 총력전이라 할 만한 양국의 대결은 내부 정치 사정까지 맞물려 한층 첨예해질 전망이다. 어제 국가주석직 3연임을 공식 확정한 시 주석은 친정 체제의 기반을 다질 외교안보 성과가 시급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선 도전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또한 중국과 더욱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의 화약고는 인태 지역이고 이곳을 핵심 전략 지역으로 선언한 한국이 그 여파를 피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이번 일제 징용 배상금 변제 결정으로 한미일 3국 정상 연쇄회담이 급물살을 타면서 본의 아니게 미중 대결 구도에 깊숙이 들어선 형국이다. 중국은 한국의 변제안과 쿼드 워킹그룹 참여 방침을 일일이 비판하고 있다. 반면 미국 측은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신설,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동참을 요구하며 한국을 반중 진영에 한층 깊이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이를 틈타 북한은 다음 주 한미연합훈련을 겨냥, 그제 서해상에 단거리탄도미사일 6발을 한꺼번에 쏘며 도발을 재개했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는 우리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그것이 꼭 상대 진영과의 극한 대립을 의미하진 않는다. '구도'보다 '국익'을 기준으로 우리만의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