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비서실장 유서에 "정치 내려놔야… 더 이상 희생 없어야"

입력
2023.03.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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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에게는 섭섭함, 검찰에는 억울함 호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이 대표를 향한 섭섭함을 드러낸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전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집에서 6쪽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첫 페이지에선 이 대표에 대한 섭섭함을 표현했고, 나머지 다섯 페이지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내용이 포함됐다.

전씨는 이 대표를 향해선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내 직급이 낮고 일만 했는데 내가 왜…'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씨는 해당 사건 당시 성남시 4급 행정기획국장이었다.

전씨는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수사팀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이 유서 공개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상세한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 초대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행정 분야 쪽에서 최측근으로 꼽혀온 인물이다. 김병량 전 성남시장 시절 6급에 머물며 주로 동사무소에 근무했고, 이대엽 전 성남시장 임기 막바지인 2007년에 동기들보다 늦게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요직을 꿰찼다. 그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임기 8년 동안 5급에서 3급으로 승진했다.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된 뒤 4급 행정기획국장으로 승진했고, 이어 환경사업소장과 성남 수정구청장 등을 역임한 뒤, 성남시 최초 3급 자리인 행정기획조정실장까지 올랐다.

전씨와 이 대표의 인연은 2018년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뒤에도 이어졌다. 초대 경기지사 비서실장에 임명됐고, 이후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영기획본부장에 취임했다. 그는 이 대표가 연루된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지난해 12월 말 물러났다.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한 GH의 한 직원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믿기지 않았다”며 “직원들에게 참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분이었다”고 말했다. 성남시청의 한 직원도 “인품이 훌륭한 분이셨는데 권력에 휘둘려 너무 일찍 생을 마감한 것 같다”고 전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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