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전셋집 떠안아도 생애최초 혜택 유지

입력
2023.03.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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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지원주택 6개월 월세 선납 의무 삭제
5월엔 저금리 전세대출 대환상품도 출시
피해자들 "피해주택 공공매입 등 추가해야"

정부가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불가피하게 전셋집을 경매로 낙찰받은 경우 무주택 자격을 유지함과 동시에 생애최초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긴급지원주택 월세 선납 의무도 사라진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10일 이 같은 내용의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달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를 당해 당장 갈 곳이 없는 피해 임차인은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정부 제공 긴급지원주택(시세 30%)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6개월 월세를 선납해야 하고, 기존에 살던 집보다 더 작은 주택에만 입주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현실에 맞지 않다는 민원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피해 세입자가 원할 경우 월세를 매달 낼 수 있게 하고, 기존 주택 면적을 초과해도 면적이 비슷하면 긴급지원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또 긴급지원주택 거주 기간은 최대 2년인데, 이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새 집을 구할 형편이 못 되면 공공임대주택(소득·자산요건 충족 시)으로 입주할 수 있게 지원하기로 했다. 새 집을 구하려는 피해자에겐 연 1~2%의 저금리 대출도 제공한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추후 다른 집을 살 때 생애최초 혜택도 보장해 주기로 했다. 이는 불가피하게 살던 전셋집을 경매로 낙찰받은 피해자들이 청약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무주택자로 인정한다는 지난달 발표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피해 임차인이 공시가 3억 원(지방 1억5,000만 원)·전용면적 85㎡ 이하 집을 경매로 떠안은 경우 무주택자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이후 다른 집을 살 땐 생애최초 주택구매자로 분류돼 정책자금 대출 시 금리 인하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5월 중엔 피해 임차인의 전세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리가 더 낮은 대환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 임차인을 돕기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전국 협약센터 500곳)도 가동한다.

그러나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는 이날 "피해자들이 이번 대책으로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긴 하겠지만 전세사기 피해 사태를 해결하기엔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경매가 완료된 피해자들은 5월 출시되는 대환대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의 경매 절차 일시중지, 피해주택 공공매입 등을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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