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도 피해자"…'나는 신이다' 조성현 PD의 고백 [종합]

입력
2023.03.10 12:39
10일 진행된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기자간담회
"사이비 종교 내부자들 동요…보람 느낀다"

미행도, 협박도 있었다. 그럼에도 조성현 PD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 꼭 해야 하는 '숙제'였다. 조 PD는 가족 중에도, 그리고 친구 중에도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다고 고백했다.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성현 PD는 취재진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나는 신이다'는 'JMS, 신의 신부들'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스스로를 신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네 명의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비극을 조명했다.

남의 이야기 아닌 '나는 신이다'

조 PD는 '나는 신이다'에 담긴 내용을 MBC 제작물로 선보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내부적인 이유로 무산됐고 그는 넷플릭스에 제작을 제안했다. 제작에는 2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으며 200명 넘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대중이 보인 예상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는 조 PD는 "많은 분들이 이 사건, 종교들을 알고 인지해서 사회적인 화두를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사회적 변화가 실제로 이뤄지는 듯해서 기쁘다"고 전했다.

무엇이 조 PD가 '나는 신이다'와 관련해 그토록 강한 열정을 갖게 만들었을까. 그는 "깊이 말씀드리는 것까진 쉽지 않다. 그렇지만 가족 중에도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다. 곁에 있는 친구들 중에도 피해자가 있다"고 말했다. 조 PD에게 사이비 종교로 인한 피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에게 '나는 신이다' 속 이야기는 '꼭 한 번 다뤄야 하는, 숙제 같은 주제'였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길 원했던 조성현 PD

조 PD는 피해자들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그 일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왜 참담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인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길 원했다. 여성 신도들이 나체로 등장하는 영상 등이 선정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조 PD는 옳은 표현 방식을 사용했다고 믿는다. "어떤 식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아주 명백하게 보여줄 때 그 안에 있는 사람 1, 2명이라도 사실을 파악하고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종교 측의 거짓 해명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기도 했다.

물론 섭외는 쉽지 않았다. 여성 피해자들에게 증언을 요청하는 일은 특히 힘들었지만 조 PD의 진심은 결국 통했다. 그는 "피해자분들 중 남편이 피해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PD인 내가 남자이다 보니 처음엔 연락을 받지 않는 분들도 있었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제작 의도는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밝혔다. 긴 시간을 갖고 신뢰를 쌓은 끝에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나는 신이다'에서는 반 기독교복음선교회(JMS) 단체를 이끌어온 김도형 단국대 교수의 아버지가 종교 측의 공격을 당했던 이야기도 그려진다. 아버지는 "아들 대신 테러를 당해 행복했다"고 말했고 이는 조 PD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 PD는 아버지가 다치는 끔찍한 일을 겪었지만 싸움을 이어나가는 김도형 교수를 '멋있는 사람'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나는 신이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김도형 교수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중이다.

미행과 협박, 그럼에도 여전한 열정

조 PD는 종교 측의 미행, 협박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사이비 종교와 관련해 다루고 싶은 내용이 남아 있고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며 일을 진행하는 중이다. 조 PD의 가족들은 그간 그가 어떤 위협을 당했는지 알게 된 후 우려를 내비쳐왔다. 조 PD는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늦게 낳은 딸과 아들이 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는데 보낼 때마다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김도형 교수의 아버지가 공격을 받았던 20여년 전과는 대한민국이 크게 달라졌다고 믿지만 위협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조 PD는 '나는 신이다'의 시청자가 돼주길 바란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바로 종교 내부에 있는 이들이었다. "'나는 신이다'를 보고 사이비 종교에서 탈퇴했다"는 반응은 그에게 큰 힘을 안긴다. 조 PD는 "내부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신도들이 탈퇴라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큰 보람을 느꼈다는 그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조성현 PD의 열정이 담긴 '나는 신이다'는 지난 3일 공개됐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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