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군의 한 주택에서 1,200여 마리의 개가 굶어 죽은 채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번식장을 폐쇄하고, 펫숍 동물 매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 소유주가 번식장에서 더 이상 출산하기 어려워진 노견 등을 데려와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9일 동물단체들에 따르면 번식장 내 출산 가능성이 떨어지거나 과도한 출산으로 질병을 앓는 개들은 대부분 방치된 채 죽음을 맞이하거나 유기된다. 번식장 개들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5세 안팎만 돼도 출산이 어렵고 장기 손상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유선종양, 자궁축농증 등의 질병을 안고 살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고현선 활동가는 "번식장에는 이른바 '폐견'들이 있는데 빛도 잘 들지 않는 곳에 밥도 물도 주지 않고 죽을 때까지 방치하는 사례를 수차례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았지만 오물이 가득한 뜬장에 개들을 방치한 경기 연천군의 한 번식장에서 80여 마리를 구조했다"며 "자궁이 밖으로 나온 채 구조된 개 '루시'는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옮기던 중 결국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동물자유연대가 2015년 구조한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의 한 번식장도 유사한 사례다. 해당 번식업자는 식용으로 개를 기르다 '돈이 된다'는 얘기에 반려견을 길렀지만 판매가 되지 않자 77마리의 개를 그대로 방치해 적발되기도 했다.
동물단체들은 동물보호법이 강화되고 있지만 동물을 사고파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번식장의 잔인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카라는 논평을 통해 "애초에 대규모 동물 생산과 펫숍에서의 제3자 판매가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을 마음대로 다루고 그 새끼만 분리해서 펫숍에서 판매하는 제3자 판매 행위가 허용되는 한,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수 있어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카라는 또 △펫숍·경매장의 동물 매매 금지 △반려동물 인터넷 거래 및 매매 금지 등을 담은 한국의 '루시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영국의 한 번식장에서 6년간 반복된 임신과 출산으로 척추가 휘고, 뇌전증과 관절염을 앓다 사망한 개 '루시'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어린 동물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루시법'이 제정됐다.
동물자유연대도 논평을 내고 "동물생산업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된 뒤에도 번식장의 현실이 바뀌지 않은 것처럼 동물을 사고파는 행태는 본질적인 문제를 내포한다"며 "동물을 사고팔며 물건처럼 취급하는 인식이 계속되는 한 번식장의 잔인한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