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정치인들이 2024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등 대선 분위기가 뜨면서 2020년 대선 결과가 조작이라는 주장이 다시 나온다. “도둑맞은 선거”라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장에선 ‘트럼프만이 선거부정의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추종자들의 외침이 넘쳐났다고 한다. 트럼프가 “내 표를 찾아내라”고 외압을 가했던 조지아주에서 선거부정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지만 그들만의 진실은 별개다.
□ 음모론과 맹신의 위험성은 2021년 1월 의사당 폭동 사건으로 확인됐는데 그게 끝이 아니다. 올 1월엔 뉴멕시코주 하원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솔로몬 페냐(공화당)가 선거 조작을 주장하며 민주당 정치인들 집에 총격을 가해 체포됐다. 앞서 한 백인우월주의자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집에 침입해 남편을 공격한 사건도 있었다. 그는 “펠로시를 납치해 지난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고 말하면 놓아주고, 부정하면 무릎을 부러뜨려 감금하려 했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에선 부정선거를 믿는 이들도, 잘못된 믿음에 따른 빗나간 폭력도 미국만큼 많지 않아 그나마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음모론 제기는 끊임이 없어 혼탁한 정치환경을 드러낸다. 2012년 대선의 개표 부정 음모론이 진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부터 퍼져나갔다. 2017년 대선, 2020년 총선 후엔 보수 유튜버들이 비슷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보수 정치인들은 선거무효소송을 냈다. 사전투표지 검증, 재검표까지 했지만 부정은 없었다.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낙선한 황교안 후보가 2020년 총선, 지난해 대선 경선에 이어 또 부정선거를 언급했다. 8일 황 후보 측 참관인이 모바일 투표자 수 조작 가능성을 유튜브 ‘황교안TV’에서 제기했고 황 후보는 “(의혹을) 검토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패배를 부정하고 현실 인식이 떨어지는 건 정치인으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다. 4만여 명(8.7%)이나 되는 당원들이 그를 지지한 현실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