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발표 이후 장시간 노동 및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자 정부가 '긴급 진화'에 나섰다. 우려와 달리 이번 제도 개편이 오히려 "근로시간에 대한 권리의식을 강화해 실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9일 기자실을 찾아 근로시간 개편 등 최근 노동 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는 예정에 없던 것으로, 6일 이정식 장관이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뒤 부정적 여론이 부쩍 높아지자 현안에 대해 재차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권 차관은 언론에서 지적하는 '주 69시간의 상시화'나 '주 최대 80.5시간 사회' 등 장시간 노동에 대한 우려는 "극단의 논리"이자 "논리의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행 제도에서 주 7일 근무가 상시화된다거나 3일 밤샘근무를 한다는 예외적 상황이 상시적으로 일어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장근로 수당을 1.5배 주면서까지 (일이 많지도 않은데) 아무 이유 없이 근로시간을 늘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권 차관은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이 OECD 평균 대비 300시간 가까이 긴 연간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장밋빛 전망'도 제시했다. 그는 "주 단위로 규제하는 방식(주 52시간제)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실근로시간 단축에도 도움이 안 된다"라며 "주 평균으로 관리하는 방식(주 최대 69시간제)이 실근로시간 단축에도 유효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평균으로 관리하고 장기휴가를 활성화하면 과로사는 많이 없어지고 생산성은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제도 개편이 근로자의 '인식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권 차관은 "과거엔 근로시간에 대해 아무도 신경을 안 썼지만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고 나서 의식과 관행, 태도가 바뀌었다"며 "이번에 제도가 개편되면 주 평균을 계산하기 위해 본인 근로시간을 직접 계산하면서 권리의식이나 자주성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용자의 악용이나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스스로 근로시간을 의식하고 '몰아서 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쉬는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 상한만 열어 줌으로써 오히려 '공짜노동'이 늘고 실근로시간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경영계와 사업주들이 이번 개편안에 환영의 뜻을 밝힌 것과 달리 MZ노조를 포함한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는 점도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라는 인식 때문이다. 권 차관은 "현장에서 일을 몰아서 하고 뒤에 정작 쉬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집중근로 등 부작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충분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