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전 필승 카드 고영표 낙점…이강철호 "호주 꼭 잡고, 일본전 올인"

입력
2023.03.08 21:24

결전의 날이 밝았다.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뛰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8일 A조 쿠바-네덜란드, 파나마-대만의 경기로 막을 올린 가운데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낮 12시 호주와 대망의 B조 1차전을 치른다. 호주전 필승을 위한 카드는 잠수함 투수 고영표(KT)다. 고영표는 호주 타자들에게 생소한 언더핸드 유형인데다가, 대표팀 투수 가운데 가장 좋은 컨디션을 자랑했다. 고영표에게 맞서는 호주의 선발투수는 좌완 영건 잭 올로클린(23)이다.

‘야구 월드컵’으로도 불리는 이 대회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관하며, 코로나19 여파로 2017년 4회 대회 이후 6년 만에 열리게 됐다. 올해 5회 대회는 본선 1라운드에 5개 팀씩 4개 조를 이뤄 상위 두 팀이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8강에 진출한다.

14년 만의 4강 도전

이강철(KT)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B조에 일본, 호주, 중국, 체코와 묶였다. 일본 도쿄돔에서 9일 호주와 가장 먼저 맞붙고,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10일 격돌한다. 하루 휴식을 취한 다음엔 12일 체코, 13일 중국을 상대한다. 조 편성은 수월하다는 평가다. 일본을 제외하면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앞선다. 조 2위 안에 들어 8강에 올라가면 A조(대만·쿠바·네덜란드·이탈리아·파나마) 상위 2개 중 한 팀과 단판 승부로 4강을 다툰다. 8강전을 통과하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무대를 옮겨 준결승과 결승을 치른다.

대표팀의 목표는 4강 진출이다. 2013년 3회 대회와 2017년 4회 대회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봤기 때문에 자존심 회복이 필요하다. 또 2021년 도쿄올림픽 노메달 등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아 돌아선 팬심도 되돌려야 한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16강 쾌거를 이뤄낸 것도 좋은 자극제다.

한국 야구는 2006년 초대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특히 일본을 상대로 펼친 명승부와 극적인 승리는 아직도 회자될 정도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바람의 아들’ 이종범, ‘국민 타자’ 이승엽, ‘괴물’ 류현진(토론토) 등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과거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1차전 패배 징크스 악몽 떨쳐야

이강철 감독(왼쪽)과 데이브 닐슨 호주 대표팀 감독이 첫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8일 결전의 땅 도쿄돔에 입성한 ‘이강철호’는 비장한 각오로 최종 훈련을 소화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여기(도쿄)를 벗어나 미국 마이애미로 가는 게 목표”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최근 2년간 국제대회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프로야구를 위해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선수들도 4강을 위해 똘똘 뭉쳤다. 주장 김현수(LG)는 “한국 팀은 언제나 팀워크가 좋았다. 선수들 사이에 끈끈함이 있다”며 “(2월 중순 미국 애리조나 훈련에) 처음 모였을 때부터 선수들 모두 무조건 이기자는 마음가짐이었다”고 밝혔다. 투수조 조장 양현종(KIA)도 “지금 좋은 분위기로 3주가량 훈련을 했고, 준비도 잘 됐다. 1구, 1구 전력을 다해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은 그간 모든 초점을 호주전에 맞췄다. 1라운드에서 탈락한 3, 4회 대회 모두 첫 상대였던 네덜란드, 이스라엘에 패한 아픔이 있어서다. 이 감독은 “전력은 우리가 우위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야구는 모른다”며 “절대 강자와 싸운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발투수를 제외한 모든 투수들은 호주전에 전원 대기한다. 줄곧 선발로만 뛰다가 불펜 역할을 맡게 된 대표팀 간판 김광현(SSG)은 “한국시리즈를 한다는 느낌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선발투수 빼고 전원 대기...투수 아껴 일본전 겨냥

호주 역시 한국을 상대로 총력전을 펼친다.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은 한국전 선발투수로 올로클린을 예고했다. 196㎝·101㎏의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올로클린은 현재 미국프로야구 디트로이트 산하 마이너리그 소속이다. 주로 싱글A에서 뛰며 통산 9승 8패 평균자책점 3.34를 기록했다. 올로클린은 “내 역할을 다하고, 수비를 잘한다면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팀은 호주를 넘으면 다음 날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등이 포진한 일본을 만난다. WBC에서 한일전은 2009년 결승전 이후 14년 만이다. 이 감독은 “말 안 해도 한일전 생각을 엄청 하고 있다”며 “일본전 다음 날이 휴식일인 만큼 호주전에서 투수를 최대한 아끼고 일본에 ‘올인’하겠다”고 필승 의지를 보였다.

도쿄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