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천하람 돌풍'은 없었다. 84만 명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대가 치러지면서 천하람 후보를 지지하는 '숨은 개혁표'의 거센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미풍에 그쳤다. 다만 그로 인해 '친윤석열계'에 대한 반감이 수면 위로 드러난 만큼 향후 비윤석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천 후보는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14.98%(6만9,122표)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친윤계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결선투표에서 김기현 후보와 맞붙겠다는 구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천 후보는 이날 전대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내게 뜻을 주신 분들이 결국 국민의힘의 변화와 혁신에 마중물이 되실 것"이라며 "당내 개혁세력이 실망하거나 당을 떠나지 않도록 잘 지켜내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천 후보는 비윤계 대표주자로 꼽히던 유승민 전 의원이 '룰 변경'을 통한 친윤계의 배제 시도에 출마를 포기하자 뒤늦게 당권경쟁에 뛰어들었다. 후발주자에 청년, 원외 정치인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반윤핵관' 기치를 내걸며 선명한 개혁성을 드러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공세에 안철수 후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를 제치는 '실버크로스'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심이 '안정적 국정운영'에 호응하며 김 후보에게 쏠리면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당심은 개혁보다 안정을 택했지만, 천 후보의 존재감은 그 누구보다 강렬했다. 윤핵관을 포함한 주요 당직자를 험지에 배치하겠다는 공천 개혁안을 발표하고, '친윤 후보'인 김 후보를 향해 "윤심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하며 주류세력의 공세에 꺾이지 않는 결기를 보여줬다. 전남 순천갑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아 '보수진영의 불모지'를 개척하며 국민의힘의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에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비윤·청년·중도'를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준석 전 대표의 그늘이 여전하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전통 보수층으로 지지세력을 넓히고 '정치인 천하람'의 브랜드를 굳히려면 이 전 대표와 차별화된 강점과 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그는 이날 "최근에 소홀했던 지역구 관리를 열심히 하겠다"며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