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친윤석열계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선출된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가 될 내년 총선을 승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친윤계 지원으로 이번 전대에서 당심과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얻은 셈이지만, 내년 총선 승패를 좌우할 '민심' 확보라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이를 위해선 전대에서 드러난 내홍을 조기 수습하고, 윤심보다 민심을 우선시하면서 건전한 당정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 대표가 집권여당의 얼굴로서 총선을 지휘할 역량이 있는지는 당정관계 설정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대에서 경쟁후보들이 윤심을 내세운 김 대표를 견제한 것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실과 당 주류의 지원에 기대어 선출된 대표가 향후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는 등 건전한 당정관계를 구축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서다. 김 대표는 전대 기간 염두에 두고 있는 당정관계를 '밀당(밀고 당기는)하는 부부 관계'에 빗댔지만, 그가 대통령실에 견제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따라붙고 있다.
균형 잡힌 당정관계는 내년 총선과도 맞닿아 있다. 당정관계가 대통령실 쪽으로 기울 경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비롯한 윤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총선 공천에 개입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전대에서 김 대표뿐 아니라 최고위원 전원이 친윤계로 채워진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김 대표가 전대 레이스 도중 라디오에서 총선 공천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비윤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에서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입김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전대 과정에서 확인된 비윤계 반발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새 지도부가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후보'를 공천하느냐, 아니면 대통령실이 선호하는 후보들을 꽂느냐를 두고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당내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 논란 등 과열 경쟁에 따른 후유증 관리도 필요하다. 내홍 수습을 위해 당직 인선 과정에서 김 대표가 강조해온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김 대표는 이날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우리는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한 몸이 돼서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끌어내겠다"며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들 모두 잘 모시고 '연포탕 대통합'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대 과정에서 재소환된 김 대표의 '울산 KTX 역세권 토지 시세차익 의혹'도 말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지휘할 여당 대표가 당내 선거에서 제기된 의혹으로 야권에 공세 빌미를 제공한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대장동 의혹이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 국민의힘에서 재연될 수 있다. 민주당도 이미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해당 의혹이 계속 거론된다면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과 캐스팅보트인 중도 표심을 견인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