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가 그제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 4명을 심사한 끝에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여권과 대통령실이 4명 후보 모두에게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이사회가 예정대로 강행한 것이다. 이게 끝은 아니다.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혼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 KT에 단 1주의 지분도 없으면서 무리한 인사 개입을 이어온 정부와 여당은 이제라도 KT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
정부의 인사 개입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대통령실과 국민연금은 구현모 현 대표의 ‘셀프 연임’ 시도에 제동을 걸어 KT 이사회가 재공모에 나서게 했고, 결국 구 대표를 주저앉혔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가 새로 지원한 33명 후보 중 4명을 추렸지만, 이번엔 대통령실은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 나서 모두 자격 미달이라고 몰아붙였다. 후보 4명이 모두 전∙현직 KT 출신으로 구 대표와 한통속이라는 이유였다.
소유분산기업에서 CEO의 ‘참호 구축’은 견제돼야 마땅하다. KT 새노조도 “이사회가 카르텔의 본거지”라고 비판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힘으로 찍어누르는 것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 KT 출신이라 안 된다면, 기업의 CEO는 모두 외부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인가. 겉으로는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면서 결국 친정부 인사를 앉히려는 의도라고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물론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현대차와 신한은행까지 동원해 윤 후보를 부결시키려 할 거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각자가 독립적인 주주권을 행사한 결과라면 모를까 정부가 배후에서 조종한 관치 투표의 결과라면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다. 오죽하면 소액주주들이 윤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지자며 집단행동을 준비하겠는가. 정부와 여당은 민간기업인 KT의 거버넌스를 말하기에 앞서 친정부 낙하산 인사가 판을 치는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투명성부터 높이길 바란다. 말로는 소유분산기업이라고 하면서 언제까지 주인 행세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