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고발… "4개 계열사 누락"

입력
2023.03.08 15:03
4개사, 규제 피하고 세제 혜택도
금호석화 "실무자 실수로 누락"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계열사 현황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4개 회사를 누락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8일 밝혔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운영하는 기업 동일인(총수)은 매년 공정위에 계열사 현황을 비롯해 친족·임원·계열사 주주·비영리법인 현황 등을 내야 한다. 공정위는 이를 토대로 계열사를 다수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집단의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불법 승계 등을 저지르는지 견제·감시한다.

금호석유화학 동일인인 박 회장은 2018~2021년 공정위에 계열사 현황 자료를 제출하면서 △지노모터스 △지노무역 △정진물류 △제이에스퍼시픽 등 4개 회사를 포함하지 않았다. 이 회사들은 모두 박 회장의 처남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공정위 보고 대상이다.

공정위는 박 회장이 계열사 현황을 허위로 제출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박 회장이 4개사의 존재를 오랜 기간 인식하고 처남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어 계열사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4개 회사가 계열사 누락에 따라 사익편취 규제 등 공정위 감시를 피하고, 일부는 중소기업 세제 혜택을 받은 점도 문제 삼았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지노모터스, 지노무역은 광우병 사태 때 물대포를 제작하고 수출한 회사로 언론에 매우 나쁜 이미지로 보도된 적이 있다"며 "이 회사들이 금호석유화학 계열사라는 것이 알려지길 원치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계열사 누락이 고의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계열 분리 및 대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실무자가 법령상 계열사를 혼동해 누락했다"며 "업무 관련성이나 거래 관계가 일절 없는 등 일감 몰아주기·승계를 위한 계열사 은폐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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