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의 승부를 가른 것은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었다.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선거에서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싹쓸이한 반면, 비윤석열계 후보들은 전원 고배를 마셨다.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대 최고위원 선거에선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득표율 순) 후보가 선출됐다. 청년최고위원에는 장예찬 후보가 당선됐다. 민영삼·김용태·허은아·정미경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김정식·김가람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낙선했다.
김재원·조수진 최고위원은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이력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윤 대통령과 갈등관계인 이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친윤계로 분류된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보좌했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도 비대위원을 맡았다. 태 최고위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외교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청년 참모로 정치권에 들어온 장 청년최고위원은 이번 전대에서 '반(反)이준석' 노선을 확실히 했다.
17.55%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김재원 최고위원은 수락 연설에서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선에서 승리하고, 항상 승리하는 당을 만들도록 한 몸 다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김병민·조수진 최고위원은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강조했다. 태 최고위원은 "통일이 이뤄지는 날까지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장 청년최고위원도 "가장 어려운 자리, 남들이 피하는 자리에 가서 싸우는 최전방 공격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당초 김기현 후보가 과반 득표로 당대표로 선출되더라도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이와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친윤계 당대표를 선출하되, 일부 비윤계 최고위원을 선출함으로써 당내 세력 간 균형을 맞추려는 결과를 기대하면서다. 특히 이번 전대에선 최고위원 선거에서 2표씩 행사할 수 있어, 친윤계에 반감이 있는 당원들은 2표 모두 비윤계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구조였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이란 팀을 이뤄 움직인 것도 이 같은 판단에서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후보들이 전부 탈락한 것은 친윤계 주축의 조직력이 강하게 작용한 셈이었다. 당원들도 집권 2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당정일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대 결과로 친정체제를 구축해 일사불란한 당을 만들겠다는 친윤계의 구상은 첫발을 뗀 셈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당정 간 수직관계가 형성되면서 집권여당이 대통령실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당내 다양한 견해를 반영하고 내홍 수습을 위해선 당직 인선에서 비윤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또 천아용인 후보들이 전멸하면서 이들을 지원해 온 이 전 대표의 당내 입지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