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 진행하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 낯익은 인물이 눈에 띄었다. 후원금 횡령 의혹으로 그간 수요시위 참석을 피했던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윤 의원은 밝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지난 3년간 이곳엔 혐오, 폭력, 증오, 갈등이 넘쳤지만, 우리 얼굴을 보면 평화와 인권으로 이곳을 지켜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 출마를 위해 2020년 3월 25일을 마지막으로 수요시위를 떠났다. 이후 같은 해 5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을 계기로 후원금 유용 의혹이 불거지자 시위 참여는 더 요원해졌다. 하지만 지난달 법원이 횡령 등 윤 의원에게 적용된 8개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 의원은 3년의 공백기를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동료가 죽어가는데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을 보며, 사랑하는 활동가들과 이 운동을 지키기 위해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며 “숨 쉬면 숨 쉰다고 공격하는 목소리들에 숨을 쉬는 것도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법적 면죄부를 얻은 덕인지 윤 의원은 최근 일본 기업의 직접 배상과 사죄가 빠진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2015년 12월 28일 정부가 국민과 피해자들에게 안긴 고통을 온몸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같은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때 세워지는데, 지금 피해자는 입을 닫으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공개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김복동ㆍ김학순 할머니, 앞서간 여러 민족민주열사의 삶 위에 빚진 몸으로 서 있다”면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는 그날을 위해 달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수요시위엔 야당 여성 의원들과 여성단체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