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이 다시 정치판에 전면 등장했다. 민주당 내 체포동의안 반란표로 이재명 대표가 위기에 빠지자, “개딸이 막말 전화와 댓글 공세를 퍼붓는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과열된 정치인 팬덤이 정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2년 문재인 대선 후보 선출 전후 등장한 ‘문파’로 본격화한 ‘정치인 팬덤’이 이 대표에게 이어졌고, 국민의힘도 이준석 대표 때 출현했다. 이쯤 되면 정치인 팬덤은 정당 정치가 대중과 괴리되면서 나온 증상이지, 위기의 원인은 아니라고 진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 개딸은 2012년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여자 주인공 ‘시원’을 아버지가 ‘성격이 불같다’며 붙여준 호칭에서 비롯된다. 시원은 H.O.T의 광팬이다. 라이벌 젝스키스 팬들과 만나 음악은 뒷전이고 ‘인기 곡 순위’ ‘팬클럽 규모’를 비교하며 다투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과도한 외형 경쟁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시원은 이렇게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연대하며, 또 라이벌 팬과 경쟁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며 성인이 돼 간다.
□ 지난 대선 때 ‘이대남(20대 남성)’ 팬덤을 모은 이준석 당시 국힘 대표에 대한 반작용으로 1980년생인 시원과 비슷한 또래 여성들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며 스스로를 ‘개딸’이라고 호명한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재 이재명 팬덤 중 당시 개딸이 얼마나 되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런데도 리더십이 흔들리자 개딸의 이름 뒤에 숨은 과격파 집단행동의 도움으로 버티려는 당 지도부나 이들을 악마화하고 마녀사냥에 나서는 반대파의 정치공세는 모두 비겁하다.
□ 그 와중에 정당 활동에 적극 참여하려는 젊은 세대들의 도전은 싹부터 말라간다. 원하는 것을 이룬 팬을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부른다. 성덕의 비결은 ‘공감’이다. 정치인 팬클럽 멤버들 내부 공감이 강할수록 외부와는 멀어지고, 결국 좋아하는 정치인은 폭넓은 지지를 얻기 힘들다. 문파의 실패를 생각해 보자. 개딸이 성덕하려면, 반대파에 대한 일방적 공격이 아니라 상대와 대화를 통해 공감을 확대해야 한다. 시원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