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는 헬스트레이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헬스트레이너 A씨가 헬스장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헬스장이 A씨에게 1,300여만 원의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체력단련시설 운영업체를 본점으로 두고 있는 서울의 한 헬스장과 2016년 4월 퍼스널 트레이닝(PT) 관련 위탁계약을 구두 체결했다. A씨는 이후 2017년 4월까지 세 차례 계약을 갱신한 뒤 2018년 12월까지 일했다. A씨는 매달 80만~120만 원의 기본급을 받았고, 월간 강습 횟수에 따른 회원 매출액 수수료를 주된 수입원으로 삼았다.
헬스장을 그만둔 A씨는 2020년 2월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근무기간 동안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지만, 헬스장 측은 "A씨는 업무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영업활동을 한 개인사업자이지,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1·2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 형식이 아닌 실질적 업무 관계를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2심 재판부는 헬스장이 A씨에게 평소 강습 시간과 장소를 지정해 주고, 엄격한 근태관리와 함께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한 점을 근거로 "A씨는 단지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한 게 아니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2021년 헬스장에서 3년 9개월간 근무한 트레이너의 퇴직금 청구 소송에선 "트레이너가 자신의 일정표에 따라 강습 시간표를 결정했고, 강습은 개별 트레이너 노하우에 따라 자율적으로 진행됐다"며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A씨 경우와 달리 근로자 지위의 핵심 요건인 '(고용주의) 실질적 지휘·감독' 여부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