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우여곡절 끝에 대표이사(CEO) 최종 후보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선출했지만 후폭풍은 커지고 있다.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CEO 선임안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은 정치권 입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자칫 KT 최대주주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 사이 표 대결까지 예상된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소액주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지분 모으기' 활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주주 1,000명, 주식 수 500만 주가량을 모아 3월 말에 열리는 주총에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KT 내부 인사인 윤 사장의 CEO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질 예정이다.
KT 소액주주들은 전체 지분 중 약 57%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안팎인 만큼, 개미들이 힘을 제대로만 모은다면 기대이상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과는 바꾸지 못할지라도 주주들의 뜻을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
해당 커뮤니티는 지난달 25일 개설 이후 12일 만에 주주 600여 명이 가입했다. 게시판에는 "8,000주 적극 동참한다", "관치 시도 박살내자", "4년 동안 보유한 2,000주 동참한다" 등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수 인증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소액주주 측 관계자는 "(8일 오전) 현재까지 모인 주식 수는 181만8,417주"라면서 "이번 주 안에 200만 주는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의 CEO 인사 개입과 주총 연기설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선 넘는 정부의 외압에 반대한다"며 "민영화된 기업 대표이사 선임에 개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또 "정관에 따라 선정한 일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며 "주총에서 KT 주주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상식있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입장에선 큰 변수를 만났다. 국민의힘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이 KT CEO 선임 과정 전체를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대통령실까지 거들면서 국민연금이 윤 사장 CEO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개미들의 결집이 강해질수록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특정 정치권의 인사 개입에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집단행동까지 나서면 국민연금도 정치권 입맛에 따른 선택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치 경영' 논란도 문제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이후에도 정치권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의원 자녀 취업청탁 문제부터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논란까지 수많은 문제를 반복해 주요 경영진이 재판정에 섰다.
현직인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유력했던 상황에서 국민연금 반대와 정치권 개입으로 CEO 후보 선정 절차만 세 달 가까이 늘어졌고, 그사이 KT 시가총액 수조 원이 증발한 상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KT CEO 선정에 문제를 제기한 4개월 동안 KT 주식 584만8,081주를 대량 매도한 것이 알려지면서 '국민연금이 작전세력이냐'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