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심’이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택했다. 당정일체론을 내세운 김기현 의원(4선)이 국민의힘을 이끌 새 당대표로 선출되면서다. 김 신임 대표는 경쟁 후보들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친윤석열계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차기 대선주자인 안철수 후보를 큰 표차로 꺾었다. 친윤계가 대선 승리에 이어 당권까지 거머쥐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표 결과 친윤계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김 신임 대표는 52.93%(24만4,163표) 득표율을 기록해 결선투표 없이 당선됐다.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윤계 후보가 모두 선출되면서 확실한 '친윤 지도부'가 완성됐다.
이번 전대 본경선은 약 84만 명에 달하는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당원 100% 투표' 방식으로만 진행됐다. 대선 직전인 2021년 7월 입당해 당내 기반이 탄탄하지 않았던 윤 대통령은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친윤계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당정 원팀'을 실현하게 됐다.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며 "온몸을 다 바쳐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차게 달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약속드린 대로 '연대·포용·탕평'의 연포탕으로 나아가겠다"며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해 전대 기간 일각에서 제기된 '수도권 대표론', 'MZ세대 대표론'을 잠재웠다. 수도권 대표론을 내세웠던 안 후보는 23.37% 득표로 2위에 그쳤다. 내년 총선은 당대표보다 윤 대통령을 간판으로 내세워 치러야 승산이 있다는 게 당심이었던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다만 안 후보는 결선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전대 과정에서 거셌던 정체성 공세를 털어내고 입당 8개월 만에 보수당 대선 후보로 발돋움할 최소한의 입지를 닦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전대를 계기로 집권 2년 차로 접어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의 지원 속에 3대 개혁 이행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전대 현장을 찾아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기득권 이권 카르텔을 확실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청년세대를 위한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흔들림 없이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대 과정에서 확인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반감 등은 김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 논란, 울산 KTX역 연결도로 인근 토지 매입 의혹 등도 걸림돌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김 대표와 악연이 있는 황운하 의원을 단장으로 한 '김기현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등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최고위원에는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후보, 청년최고위원에는 장예찬 후보가 당선됐다. 모두 친윤계 지원을 받은 후보들이다. '천하용인(천하람·허은하·김용태·이기인)'으로 전대 반란을 꿈꿨던 이준석 전 대표 측은 지도부 입성에 실패해 정치적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