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날 돌아본 여성 노동...절반이 비정규직, 남성보다 35% 적은 임금

입력
2023.03.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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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성 월평균 339만 원, 여성 220만 원 
근속 연수는 짧고 비정규직 비율은 47%
고위공무원 10%, 상장회사 임원 5%만 여성
큰 임금격차, 유리천장으로 '성평등 후진국'



여성이 70%인 '여초직장'임에도 진급해서 관리자가 되는 건 전부 남성이었다. "왜 나는 진급 안 시켜주냐"는 질문에 "여자는 결혼해서 애 낳느라 진급에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남자는 현장직 월급으로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힘든데 여자 월급치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는 답변을 들었다.
김예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 대전분회장

세계 여성의 날(8일)을 맞아 돌아본 한국 여성 노동자의 현실은 이렇게 요약된다. 만 15세 이상 여성 중 절반만 고용됐고, 그중 절반은 비정규직이며, 남성 임금의 70%도 받지 못하고 있다.

7일 정경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금노동자 중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220만 원이었다. 남성(339만 원)보다 119만 원 적었다. 남성이 100만 원을 벌 때 여성은 약 65만 원을 받았다는 뜻이다.


35.1%에 달하는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우리나라 성별 임금격차보다 크다. OECD의 2021년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1.1%로, 이스라엘(24.3%), 일본(22.1%), 라트비아(19.8%)보다 컸다. OECD 평균은 12%다. 한국은 1996년 OECD 가입 후 26년간 성별 임금격차 부문에서 부동의 1위였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등으로 여성이 좋은 직장을 오래 다니기 힘든 구조가 문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여성 고용률은 51.2%로 남성(70%)에 비해 크게 낮았다.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47.4%로 남성(31%)에 비해 높았다. 전체 상장법인에서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8.3년이었고 남성은 12년이었다. 여성이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체에 취업한 비율은 51.7%였고, 300인 이상 사업체에 취업한 비율은 7.9%에 불과했다.

민간·공공 분야 모두 고위직은 열에 아홉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구조도 바뀌지 않고 있다. 여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앙정부 고위공무원단 중 여성 비율은 10%였다. 공공기관 임원은 22.5%가 여성이었으나 지방공기업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11.8%에 불과했다. 국립대 교수는 18.9%만 여성이었다.

민간기업에서 여성의 임원 승진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해 헤드헌팅기업 유니코써치가 매출액 기준 100대 상장 기업을 분석한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은 5.6%로 전체 7,175명의 임원 중 403명만 여성이었다.

이런 노동 시장의 성차별은 우리나라가 '성평등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주요 원인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개발지수(GDI) 집계에서 한국은 2020년 189개국 중 111위였다. GDI는 출생 시 기대여명, 평균 교육연수, 기대 교육연수, 1인당 추정소득을 기반으로 성별 격차를 측정해 점수를 낸다. 한국은 경제활동 참여율, 유사노동 임금성비, 여성총리와 대통령 재임기간, 국회의원 성비 등을 따지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에서 지난해 146개국 중 99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임금격차가 아닌 경제활동참가율, 중등 이상의 교육을 받은 비율, 청소년 출산율 등을 지표로 활용하는 UNDP의 성불평등지수(GII)에선 2020년 189개국 중 11위를 차지했다.

홍인택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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