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신드롬' 이끈 윤경림, KT 대표 최종후보 선출…주총 통과는 여전히 안갯속

입력
2023.03.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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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주총서 승인 표결
최대주주 국민연금 선택 결과 주목
국민의힘·대통령실 압박에 승인 여부 불투명


KT 대표이사(CEO) 최종후보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뽑혔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CEO 선출 과정 전체를 "이권 카르텔"로 규정했고 대통령실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만큼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종후보, 윤경림 선출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7일 오후 ①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②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③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④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을 대상으로 최종 CEO 후보자 선출을 위한 면접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후보자들은 15분 동안 대표 취임 이후 KT를 이끌어 갈 경영 비전을 설명한 뒤 45분 동안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심사 끝에 최종 후보자는 윤 사장으로 정해졌다.

윤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KT 미래사업융합추진실장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지냈다. 현직인 구현모 대표가 제시한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 기업) 전략을 이어갈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KT 미디어 사업을 키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에 기여했다. 현대차와 CJ가 KT에 투자하는 데 역할을 했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신사업 발굴에 강점을 지녔다. 강충구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의장은 "윤 사장의 DX(디지털 전환) 전문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경영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윤 사장은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한다"며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네트워크와 디지털 인프라의 안정적 운용을 흔들림 없이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3월 주총, KT 앞날 중대 '분수령'



KT는 27~31일 사이에 주총을 열고 윤 사장의 CEO 취임에 대한 표결에 나선다. 만약 이때 CEO 선임 안건이 부결되면 KT는 또다시 혼란에 빠진다.

당장 사내이사인 구 대표와 윤 사장 임기가 3월 말 끝난다. 사표를 제출한 벤자민 홍을 제외한 사외이사 여섯 명 중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사람은 세 명(김대유·유희열·김용헌)뿐이다. 나머지 세 명(표현명·강충구·여은정)은 사내이사들과 마찬가지로 이달 말 임기가 끝난다.

KT 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는 CEO가 당연직으로 들어간다. 또 CEO가 추천한 사람을 주총 승인을 거쳐 최대 두 명까지 추가할 수 있다. CEO 선출이 무산되면 사내이사 선임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사외이사 절반가량의 임기도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 자칫 이사회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대표 경선이 한 달 일정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곧장 새로운 CEO 선출 작업에 돌입해도 4월 한 달은 핵심 경영진 공백기까지 우려된다.





KT 최대주주 국민연금 선택은



결국 KT의 운명은 10% 안팎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선택에 달렸다. 국민연금이 윤 사장의 CEO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면 낙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할지도 변수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발동해 KT가 특정 카르텔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실도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절차)'를 요구하며 거들었다.

사실상 'KT 내부 인사만 살아남은 선출 결과에 반대표를 행사하라'는 요구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CEO 선출 과정이 지연되면서 KT 기업 가치가 수직하락한 상황은 국민연금의 고민 지점이다. 지난해 8월, 9년 만에 시가총액 10조 원을 돌파했던 KT는 7개월여 만에 약 2조 원이 증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