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 실현을 위한 민영기업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간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을 꾀하면서도, '부의 재분배'라는 공동부유를 궁극적 목표로 추구하는 시 주석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중국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 참석한 중국민주건국회와 공상연합회 관계자들을 따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당 중앙이 공유제(국영) 경제와 비공유제(민영) 경제의 병행 발전 및 장려를 의미하는 '두 가지 흔들림 없음'을 시종 견지하고 있으며, 민영기업과 민영기업인을 항상 우리 편으로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식 현대화란 전 국민의 공동부유 현대화"라며 "국유기업이든 민영기업이든 모두 공동부유를 촉진하는 중요한 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영기업도) 공동부유를 촉진하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 함께 잘 살자"라는 의미인 '공동부유'는 중국공산당의 최종 목표인 중국몽(중국식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 달성의 한 과정으로, 시 주석이 특히 중시해 온 목표다. 다만 최근 부동산 유동성 위기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탓에, 더 시급한 과제가 '경기 부양'으로 떠오르면서 공동부유 강조 기류는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실제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업무보고에서도 공동부유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공동부유 실현' 목표를 대외적으로 재공표한 셈이다.
시 주석은 또, 민영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도 당부했다. 그는 "인민을 중심으로 한 발전 사상을 자각하고 실행해 '선부대후부(先富帶後富·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모두가 함께 부유해지도록 이끄는 것)'를 강화하고 공동부유의 책임감을 촉진해야 한다"며 "중화민족의 전통 미덕을 계승·선양하고 공익·자선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이 취한 이득은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대외 환경이 급변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특히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봉쇄·견제·억압하며 유례없는 엄중한 도전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직접 미국을 지칭해 비판한 건 이례적이다. 통상 중국은 외교무대를 비롯, 공식 석상에서 미국을 비난할 때 "소수의 국가" "특정 국가"라는 표현을 썼다. 이날 자리가 기업인들과의 대화라는 점에서, 중국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에서 보다 노골적인 화법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시 주석 발언의 영어 번역문에선 '미국' '봉쇄' '억압' 등의 단어는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