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윤 대통령, '지지율 10%까지 떨어져도 한일관계 개선' 말했다"

입력
2023.03.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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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아소 방한 때 의사 전달
아소, '진정성 확인' 기시다에 보고
자민당 보수 중진도 "일본의 완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전 일본 총리)가 방한했을 때 “지지율이 10%까지 떨어지더라도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일본 대표단이 묵고 있던 호텔까지 윤 대통령이 직접 찾아간 것도 냉담했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외무장관을 맡아 협상에 임했으나, 해당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문재인 정부 시절 해산되자 한국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후 강제동원(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혔지만, 신중한 태도를 고수해 오기도 했다.

뉴욕서 한일 정상 만남... "비판받을 위험 감수" 평가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유엔 총회로 뉴욕을 방문한 한일 정상이 처음 만났을 때도 기시다 총리는 매우 냉담했다. 한국 측이 먼저 정상회담을 요청했으나 일본 측은 “(강제동원 현안 등에서) 진전이 없으면 공식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당시 일본 유엔 대표부가 체재하던 호텔에 윤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간담회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30분간 열띤 설명을 하는 동안 기시다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편에선 “윤 대통령이 굳이 일본 대표부 체재 장소까지 온 것은 비판받을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어 2개월쯤 후인 지난해 11월 초, “윤 대통령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아소 부총재가 방한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10%로 떨어지더라도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 문제의 조기 해결이 중장기적으로 미래 한국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소 부총재의 보고를 받은 기시다 총리는 “인내심을 갖고 한국 측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을 확인했고, 같은 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공식 정상회담이 열렸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일본 측이) 배상하지 않는 게 확실하다면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한국과의 협상 시작을 지시했다. 하지만 보고를 받을 때마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도록 애매모호한 요소를 남기지 말라. 끈질기게 협상하라”고 지시하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새로운 ‘사과’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완고했다. 일본 정부 내에선 사죄와 반성을 담은 과거 담화의 문구를 언급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지금까지의 담화를 계승한다’ 이상은 안 된다”고 고집했다.

일본 자민당 강경파도 "일본의 완승" 만족

일본 정부 내에서도 일부 양보론이 있었던 만큼, 기시다 총리가 가장 중시하는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임박 때까지 협상이 길어졌다면 일본 측이 조금은 양보했을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보다 먼저 결단을 내린 결과, 일본 정부는 내준 것 없이 원하던 바를 모두 얻게 됐다. 한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 온 자민당 내 보수파마저 이번 해법을 높이 평가할 정도다. 지지통신은 한 자민당 의원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한국이 잘도 굽혔다. 일본의 요구가 거의 통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자민당 중견의원이 “일본의 완승이다. 아무것도 양보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중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조율을 시작하는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한 한국 내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여론 동향 등을 파악하면서 일정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