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들 '양성평등' 외치지만… "33개 기구 여성 수장은 '12%'뿐"

입력
2023.03.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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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리더 모여 만든 비정부기구, 보고서 발표 
"유엔·세계은행 등 13개 조직 여성 지도자 전무"

'12%'. 1945년부터 유엔 등 33개 국제기구를 거쳐간 리더 중 여성의 비율이다. 33개 기구 가운데, 여성 지도자를 단 한 번도 배출한 적이 없는 곳도 13개에 달한다.

수많은 국제기구들이 '양성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내부에선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세계 각국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제기구의 젠더 편향성 문제를 바로잡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성평등 관련 비정부기구인 'GWL 변화와 포용을 위한 목소리'(GWL)는 6일(현지시간) 33개 국제기구 리더의 성비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GWL은 전 세계 여성 지도자 62명이 구성한 단체다. 이번 보고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5년부터 33개 주요 국제기구를 거쳐간 리더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33개 기구를 거친 382명의 리더 중 여성은 47명(12.3%)에 그쳤다. 보고서는 "최근에는 상황이 나아졌으나, 지금도 여성이 리더인 단체는 3분의 1(10곳)에 불과하다"고 명시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 등 5개 기구에선 여성이 리더에 오른 적이 딱 한 번뿐이었다.

심지어 13개 국제기구는 여성 리더가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과 세계은행, 국제원자력기구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세계은행의 경우, 최근 이사회가 차기 총재와 관련해 "여성 후보자 추천을 권장한다"고 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도 남성인 아제이 방가 전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를 추천했다.

에콰도르 외교부 장관 출신으로 GWL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세계 인구의 50%가 여성이다. '숫자'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이는 인구학적 정의(Justice)의 문제”라고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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