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란 지느러미에 울긋불긋한 반점. 화려한 외모의 이 연체동물은 노랑꼭지갯민숭달팽이(Trapania toddi)다. 바다에 사는 이 달팽이는 원래 인도네시아나 홍콩의 열대 해역이 원산지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우리나라 남해안 및 제주 해역에서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국가 생물종에 포함됐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높아지자 한반도 앞바다까지 서식지가 넓어졌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자생생물이 5만8,050종에 달한다고 밝혔다. 종별로는 △척추동물 2,074종 △무척추동물 3만867종 △식물 5,683종 △균류 및 지의류 6,116종 △조류(藻類) 6,493종 △원생동물 2,508종 △원핵생물 4,309종 등이다.
지난해 새로 포함된 자생생물은 총 1,802종이다. 이 중 세계적으로 처음 발견돼 학회의 공식 인정을 받은 신종은 565종이다. 소백산에서 채집된 소백털털이맵시벌과 우리나라 국명을 넣은 한국털털이맵시벌, 독도 동도에서 발견된 원핵생물 슈와넬라 독도넨시스 등이 대표적이다.
미기록종 1,237종도 국내에서 확인돼 새롭게 등재됐다. 미기록종이란 다른 나라에서는 분포하지만 한국에서 분포 기록이 처음 알려진 생물을 뜻한다. 이 중에는 노랑꼭지갯민숭달팽이처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서식하게 된 열대성 생물종도 여럿이다.
소형 연안성 어류인 두점긴주둥이놀래기(Oxycheilinus bimaculatus)도 마찬가지다. 붉은색, 푸른색, 녹색 등 화려한 몸색을 지닌 이 어류는 하와이나 바누아투 등 인도·태평양에 주로 서식한다. 동아프리카에서도 발견되는데, 한국에서는 2015년 제주에서 처음 포착된 이후 여름과 가을에 매년 관찰되면서 이번에 국가 생물종으로 등재됐다.
현재 한반도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약 10만 종이나 실체가 확인된 종은 60% 수준이다. 김창무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종다양성연구과장은 "지속적인 조사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종 다양성 변화를 국가 생물종 목록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