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1조2,000억원 실탄 들고 하이브와 '쩐의 전쟁' 나선다…SM 경영권 분쟁 2라운드

입력
2023.03.0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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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주식 39.9% 확보해 1대 주주 오르겠단 계획
주당 15만 원, 1조2,000억 원 투입
공개매수 실패한 하이브, 다시 가격 올릴까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었다. 하이브가 제시했던 가격(12만 원)보다 25%나 비싼 가격인 15만 원에 SM 주식을 공개 매수해 최대 39.9%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1대 주주인 하이브 역시 반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SM은 거대 글로벌 엔터기업들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서로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해 전략적 사업 협력을 체결했지만 현재 성장 방향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SM과의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미 4.9% 보유…35% 추가해 최대 주주 올라설 것"


두 회사는 이날부터 26일까지 SM 주식을 주당 15만 원에 총 833만3,641주(35%)를 공개 매수한다. 양사는 이미 지난달 28일부터 장내에서 SM 지분 4.9%(카카오 3.3%, 카카오엔터 1.6%)를 사들였다. 추가로 35%를 더해 SM 지분의 39.9%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각각 절반씩 나눠 매수할 방침이다. 총 매수 금액은 1조2,000억 원 규모다. 카카오엔터의 경우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투자받은 1조2,000억 원을 이번 공개 매수에 활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의 경우 현재 보유한 현금 잔고만 1조9,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M 독립성 보장할 것…카카오 플랫폼과 시너지도 기대"


카카오는 SM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에도 SM만의 색깔을 보장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는 SM이 최근 소액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하이브 이사회는 당연히 새로운 사업 기회를 (SM이 아닌) 하이브에 줄 것"이라고 밝힌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카카오 측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크리에이티브, 자율성 보장이 필수적이며, 카카오는 SM 고유의 전통과 정체성을 존중하고 자율적·독립적 운영과 기존 아티스트의 연속적·주체적 활동을 보장하고자 한다"면서 "이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 및 임직원의 이탈 없이 기존 SM의 핵심 경쟁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콘텐츠 분야에서 자회사들과의 성공적 협업 사례를 이미 보여줬다. 음악 레이블 중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카카오 공동체에 합류한 이래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고유의 음악 색깔과 장점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해 최근 걸그룹 ‘아이브(IVE)’를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

음악 엔터테인먼트사인 하이브와 달리 카카오는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보유하는 만큼 새로운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M 아티스트를 활용한 웹툰을 제작하고 이를 다시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로 재생산하는 식의 사업 구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카카오 측은 "전 세계 엔터산업에서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거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은 콘텐츠의 기획·제작은 물론 직접 플랫폼 운영에도 나서며 IP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IP와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결합한 미래 사업 역시 나날이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SM의 음원 및 아티스트 IP와 카카오엔터의 IP 비즈니스 역량이 결합해 양사는 음악 사업은 물론 다양한 분야로 IP를 다각화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M 측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SM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공동대표이사를 포함한 센터장 이상 직책자 26명 전원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당사 주식의 공개매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SM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하이브와 달리, SM 고유의 전통과 정체성을 존중하는 카카오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얼라인파트너스(얼라인)는 이날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지만, 우호적 주주로 남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가 SM 경영진이 추천한 독립적 이사회 및 SM3.0 전략을 지지하는 데다 SM 주요 인사 26명 전원이 이번 공개매수를 찬성한 만큼, "카카오의 경영권 확보는 주주가치 차원에서 이해상충 우려가 낮다"는 평가다.

얼라인은 공개매수가 15만 원에 관해서도 긍정적으로 봤다. 특히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가 하이브에 매각한 가격인 12만 원보다 25% 더 높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주식시장 역사상 처음 일반주주가 지배주주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는 사례가 생겼다"고 의미부여했다.



SM 재참전에 벌써 주가 15만 원 임박…가격 더 올릴까


한편 카카오의 SM 경영권 분쟁 재참전에 하이브가 어떤 반격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하이브는 SM 창업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한 뒤 공개 매수를 통해 최대 25%를 확보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 사이 SM 주가가 공개 매수 가격 이상으로 오르면서 지분 0.98%(23만3,817주)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 그쳤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선언에 SM 주가는 이날 14만 9,700원에 마감했다. 전일(13만 100원) 대비 15% 가량 뛴 것으로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격에 임박했다. 이에 카카오가 하이브처럼 카카오도 공개 매수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자금력 측면에선 카카오가 하이브에 앞서 있는 만큼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다시 나설 경우 카카오도 또다시 가격을 올릴 수 있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하이브가 카카오의 기세에 눌려 SM 경영권을 포기하고,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SM을 너무 비싼 가격에 확보하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하늘 기자
최은서 기자
윤주영 기자